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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17. 2024

발바닥의 희생

화장실 청소를 하는 오후, 여실없이 피하고 씻고 막아도 발목에 꾸중물이 한방울 튄다. 샤워기 물줄기를 가져와 씻어낸다.


여행길 뜨거워진 발바닥, 화끈거리는 피부밖으로 마사지를 하고 찬 물에 담가 식힌다. 그 날 하루 제일 고생한 나의

다리와 나의 발


한낮 가정집 화장실 청소를 하며, 이런 발바닥의 희생에 뜬금없는 숭고함을 느낀다. 왜 숭고함까지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문득 손보다 오물에 무뎌진 발의 희생에 고마움을 느끼고 미안한 표정을 지어본다.


익숙함에 무뎌질 때 까지도 얼마나 발목 위를 대신해서 희생했을까,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을까 많은 기억들을 되뇌어본다.


모래를 밟고 흙을 밟고 풀을 밟으며, 땅과 제일 가까운 나의 피부, 그 질감을 느끼는 행운을 가졌지만, 그 너머 돌과 비닐을 밟고 견디는 희생또한 발의 몫이였을 것이다. 좀 더 길다란 해변가에 모래를 밟고, 더 푸릇파릇하고 싱그러운 잔디 위를 달리고, 포근하고 푹신한 흙위에서 그 흙의 질감을 느끼며 그 행운을 잔뜩 만끽하게 해줘야겠다.


불가피하게 너는 늘 쓰래기와 오물에 직접 닿으며 그 어떤 신체보다 늘 희생하고 참아내고 있지만

그래서 더 배려해줘야 하고 아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줌을 화장실 청소하며 알았다.


배쓰밤을 조금 도려내, 다라이에 찬물 받아 풀어서 담궈주어야겠다.

너의 희생에 보답을 해주고 인정을 해주고 그 만큼 돌봄으로 돌려주어야겠다


엄마의 깨진듯 갈라진 뒷발꿈치는 책임의 희생이다

아빠의 상처나 피딱지 굳은 발등은 노동의 희생이다.

나의 건조하고 뜨거운 발바닥은 노력의 희생이다.


희생해주었으니, 더 아프지 않도록 응당 돌보아야지, 선뜻 보이지 않는 가장 낮은 곳에서 보이지 않을 희생의 대가를 품으며 고통을 삼키는 발바닥을 잘 들여다 봐 주어야 할 것이다


엄마의 굳은살로 갈라져 피나는 발바닥과 아빠의 현장에서 상처난 발등을 보면서

양말을 벗고 상처를 잠시 들여다보지만, 아픈 발로 일어서 늘 책임을 신는 모습에 숭고한 희생을 느낀 터무니 없는 화장실 청소를 했던 9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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