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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17. 2024

인연은 쥐어지지 않는 모래알과 같다

학창시절에 너무나 큰 존재였던 나의 친구, 동시에 너무나 큰 상처가 되었던 나의 친구, 너 없이 어떻게 나의 학창시절을 회상할 수 있겠냐 싶을 만큼 소중한 나의 기억에 대부분을 차지했던 너는 그것을 모두 놓을 수 밖에 없을만큼 큰 상처로 남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이어갈 수 없는 인연이 되었다


서로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되어버린 우리의 인연을 완전히 끊어내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우리를 그대로 남겨둔채로, 그 때의 너와 나는 지금과 다르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때만의 우리로 남겨두면서


보고싶은 너는 이미 세상에 없다. 니가 보고싶을 나도 이미 세상에 없다. 우리의 인연은 우리가 변하고 상처받았던 그날, 사라져 물거품처럼, 민들래홀씨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내 사진첩엔 여전히 너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예쁜척 하는 모습이 가득하고, 너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잔뜩 남아있다.

너의 글씨와 말투가 여실히 남은 편지지는 내 소중한 상자에 절반을 채울 만큼 가득하고 그 누구보다 내용을 꽉 채운 너의 못난 글씨는 도저히 잊기가 힘들지


어짜피 이렇게 사라질 인연이였을까

너무나 아픔이 되어버린 인연은 되돌릴 수 없을 인연임이 이미 우리 웃음소리 뒤에 그림자 처럼 확정되어 있던 것일까


사랑보다 진하고 깊은 우정은, 한잎 낚옆과 한줌 모래처럼 으스러져 사라지는 듯 하다.

그러나 낙옆도 모래도 흩어지지만 사라지는게 아니지. 착각도 유분수다

인연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지만 흩어져 내 곁에서 사라졌을 뿐이다

손아귀 아무리 모래를 쥐어보았자 사이사이 고운 입자들이 흩어져 손을 펼치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 잡을래야 잡을 수 없는 인연은 이 한줌 모래와 같았음을 깨닫는다

습기가 마른 모래는 쥘 수 없다. 쥔 주먹을 펼쳐보았자 남는게 없다

모래시계처럼 그 시간을 다 했다는 듯이 사라졌다.

그 잔흔만이 남을 뿐


쥘 수 없는 인연, 그것도 필연이겠지


얼마나 허무하던지, 그러나 납득해야만 한다. 고운 모래를 쥐고서야 잡을 수 없는 인연임을 알게되어 이것이 필연이라는 위안과 허무함과 다시 돌릴 수 없음에 아쉬움과 미안함을 느껴 다 빠져나간 아무것도 없는 손바닥 위로 그저 눈물방울만 떨구는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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