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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18. 2024

우리집 강아지는 명절에 초과근무한다

우리집 강아지는 내가 퇴근하는 순간 출근을 시작한다.


첫 번째, 반갑게 맞아 줄 것. 주인을 위해서 최대한 방방 뛰고 행복하게 맞아 준다 피곤 하다고 해도 눈을 감아서라도 꼬리를 격하게 흔들어 준다.


두 번째, 밥 달라고 찡찡 될 것. 밥 먹을 시간이 되면 귀신같이 쫓아 가서 밥 달라고 찡찡 거리고 “밥줄까?” 소리에 격하게 반응한다. 주인이 밥을 챙겨 주면 귀신같이 달려가서 냠냠쩝쩝 맛있게 먹는다. 물도 찹찹 찹찹 먹어 준다.


세 번째, 사랑 달라고 난리칠 것. 주인이 집안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주인 뒤를 쫄쫄쫄 따라다니면서 신나게 ‘뭐 해 뭐 해?’ 외치는 듯 뽈뽈뽈 신나게 걸어 준다. 가끔 바닥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면 킁킁 킁킁대다가 한 소리 들어 준다. 주인 지쳐 보이면 옆에 쫄래쫄래 가서 혼자 있었던 시간 만큼 귀찮게 그리고 놀아 달라고 난리 친다.


네 번째, 썩고 찡찡대다가 잠들기. 만약 주인이 제대로 놀아 주지 않는다면 실컷 짜증을 낸다. 그러면서 한숨을 푹 쉬고 지친 듯이 서운한 듯이 누워서 눈을 감아 준다. 주인님이 안해서 다가오면 실컷 쓰다듬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다가 주인 옆에서 같이 코골면서 잔다. 악몽을 꾸는 것 같거나 나쁜 놈이 오면 혼내야 되니까!


다섯 번째, 아침에 일어나서 밥 달라고 찡찡 대고 마중 나가 주기. 아침에 주인이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밥 달라고 눈치 준다. 그리고 주인이 아둥바둥 준비하는 아침에는 사고치지 말 것. 주인이집을 나서면 산책 가는 줄 알고 신나 했다가 ‘안녕 다녀올게’ 를 듣고 서운해 하는 듯이 꼬리를 흔드는 것을 멈추고 슬픈 눈으로 주인의 죄책감 유발 하기.


이러면 우리 강아지 출퇴근이 끝난다. 우리 강아지는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내가 없는 시간 동안 개인 시간을 가진다. 물론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주인한테 실컷 화풀이를 해야 한다.


근데 명절이 되면 우리 멍멍이는 퇴근시간이 없어진다


주인이 출근 하지 않으니 퇴근 할 수가 없고 연장근무에 연속이다. 새벽까지 수다를 떨게 되면 같이 잠을 잘 수도 없어서 피곤해서 기절 한다. 근무 시간에 기절 하고 밥 때도 놓친다. 일어나면 해가 중천이고. 주인이 출근 하지 않아서 강아지도 퇴근을 못 한다.


쫄래쫄래 주인 따라다니면서. 명절 동안 연장근무의 연속인것이다. 주인 옆에 있으면 좋긴 하지만, 어지간히 피곤하고 강아지로써 관심 받기 위해 명절 동안 내내 애교떨고 관심 끌고 귀찮게 하고 찡찡대면서 서운 할 건 다 티 내야 되기 때문에 체력이 방전 된다. 그럼 강아지는 안광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가끔 얻어 먹는 맛있는 과일을 위한 삼아 추가근무수당 받는 셈 친다.


오늘은 나의 추석 마지막 휴가 일이자, 내일 출근 하게 되는 슬픈 저녁이지만, 우리 강아지에게는 드디어 퇴근이 다가오는 행복한 시간이다. 명절 동안, 놀러 와준 사촌 동생과 가족들에게 이쁨 받기 위해 사고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계속 애교를 피우느라 고생한 우리 강아지를 위해서 명절이 끝난 주말에는 강아지를 위한 휴가를 보내 주도록 해야겠다.


강아지 운동장과 같은 휴가를 충분히 즐기면서 주인의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러면서 신나게 놀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겠다


나의 나의 출퇴근과 강아지의 출퇴근을 생각하며, 우리의 공생이 서로에게 사랑임을, 그래서 더 소중하다고 고맙다고 느껴지고 미안한 게 많아지는 우리 강아지를 위해서 더 맛있고 건강하고 제대로 된 식사와 산책을 챙겨 주기 위해 보호자로서


그리고 이유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고마움. 그 경이롭고 울컥하는 사랑. 이것을 한 번 맛본사람은 절대 이런 사랑을 잊지 못하기에


이 작은 생명에게 사랑과 귀여운 보호 받는 사람으로써 마음이 따뜻 했던 2024년 추석 명절 휴일의 마지막날,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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