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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26. 2024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사랑

아직 가시지 않은 열기에

녹아내린 아버지를 뒤로하고

방문은 활짝 열렸지만

말문은 꽁꽁 닫아버린 내가 밉다


장난끼 많은 노인은 

늦둥이 고명딸이 소중하여

아무말 안하고 

늘 사랑이란 이름에 인내를 품는다.


바짝 마른 다리를 새끼 기린처럼 움직이며

과자 찾아 내방앞을

장난끼 있는 미소로 조심스럽게 탐색한다.

귀여운 아빠


막둥이에게 쩔쩔매는

큰오빠 마냥, 장난을 걸어보지만

부모의 장난이 내겐

조금 어려워 잘 못받을 때도 많다.


실망한 기색 안내비치며

조금 탁한 눈빛에 입꼬리는 앙 다물어

살짝 올린채로 뒤돌아 

마른 다리 삐걱삐걱 움직여 나가는 나의 노인


예순살 노인이 아닌, 6살 아이 같다.


사춘기 고명딸은 성인이 되서도

힘들어 지쳐 티비만 보던 본인처럼

힘들어 지쳐 집에 누워 폰만보다 잔다.

아빠는 내 나이만큼 외로웠겠다.


아빠들은 무심한게 아니라

힘들고 지쳐서 티비볼 멍한 정신밖에 안남은 채로

집에 온다는걸 이제서는 안다

나도 그래서 말수가 없으니 말이다.


재미난 성격대로 살면 좋으련만

외롭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


엄마와는 누나동생같이 

어쩜 저렇게 유치하고 안맞을까

진짜 친구 남매 싸움이랑 다를바가 없다.

그런 사이라 너무 웃긴 우리 부모님


노년 아빠의 재미를 찾기위해

노년 아빠에게 감동을 주기위해

이런 사랑을 써내린다고

지금 이 글을 써본다.


언젠가 이 글들을 모아서

너무 늦지 않게

마음속의 뭉쳐뭉쳐 꺼내지지 않지만

존재하는 분명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


너무 뭉쳐놔서 그렇다.

나는 우리 부모를 무척 사랑한다.

그리고 무척 존경한다.


폭풍우 치는 날에만 나를 당겨주고

언제나 자유롭게 떠다니는 연처럼

나를 현명하게 키우셨으니


이렇게 그 뭉친 마음이 입구로 나오지 않으니

글을 써놓는다.

이 글이 그의 눈에 닿게 

이 마음이 그녀에게 닿게


그렇게 글을 써서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모에 대한 나의 사랑을

늦지 않게 꼭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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