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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18. 2024

나의 화분속으로

까맣고 진한 흙더미에 맨손을대고

작고 향이 강한 허브를 심지


손톱에 끼는 흙을 빼 씻으며

배수구 속으로 흩어져 사라지는 흙을 봐


깨끗해진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미세하게 남은 흙냄새가 아쉽다고 느껴


모래가 낀 신발을 벗고

해변가를 걷는 여름밤을 기억해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 발을 푹푹 빼고서

귓 속으로 파고드는 파도소리 감상해


아 이 밤에 레몬밤 심던 날 처럼

모래에 내가 심겨지고 싶었어


그럼에도 나는 뿌리를 뽑지 계속

모래 안으로 꺼져가는 내 발을 빼면서


가만히 서서 가만히 광안리 바라보며

아 모래에 가라앉지 않는 다는 걸 알아채


그 순간 8월의 여름 광안리

나 그 해변에 심겨진 떠돌이 잎사귀


모래 알갱이의 입자를 발까락 사이로 받아들이고

뜨거워지다 차가워지는 모래 속으로


잠시 심겨지고 나를 다시 뽑아

내가 심는 허브 곁으로


레몬밤을 심은 나의 화분으로 돌아가야지

나의 아늑한 화분 나의 집으로


레몬밤에 물을 주고 해를 비추러 돌아가야지

자유로운 뿌리가, 나의 다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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