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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19. 2024

나의 날씨, 너의 대지 그리고 나의 바다, 너의 날씨

휩쓸리지마 나의 폭풍에

흠뻑젖지마 나의 소나기에

말라가지마 나의 그늘없는 태양아래

추워하지마 나의 거센 바람에

넘어지지마 나의 거친 파도에

우울하지마 나의 흐린 하늘에

상처받지마 나의 날씨에


내 비가 너의 마른 대지를

촉촉히 젹시고

나의 해가 너의 대지를 풍요롭게 하여

우리가 서로의 마음에 날씨가 되어주어

서로의 대지를 풍요롭게 하길 바래


나 너에게 폭풍을 치게하고

천둥번개를 내려 두려움에 떨게 하여 미안해

너의 대지를 매마르게 하여

가뭄에 죽어가게 해서 미안해


우리 서로에게 날씨가 되어주어

서로를 사랑하는데

거센 폭풍에 나의 숲이 되어주는 니가

평화롭지 못하게, 아픔만 내려주는구나

이 거세고 축축하고 끝나지 않을 비로


나의 소중한 숲과 바다야

나의 사랑하는 너의 마음아

나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쉼터와

다른 이가 몰아친 폭풍에 괴로운 내가

숨어 쉴 나의 숲아 나의 사랑아


너 나의 숲을 새벽 안개로 감싸고

너 나의 바다를 잔잔한 바람으로 잠재우고

너 나의 대지 여우비로 촉촉히 적셔

너의 날씨로 따듯하게 해를 내리 쬐어


너 사랑하는 나의 숲과 바다야,

나 사랑하는 너의 숲과 바다야


나 사랑하는 너의 날씨야,

너 사랑하는 나의 날씨야


우리 늘 화창하기만 하지 않을테지

그럼에도 우리

너무 거세게 비를 내리고

너무 거세게 바람불고

너무 거세네 화를 내지 말고


촉촉할 만큼만 상처받아 울게 하되,

금방 화창할 수 있게 사랑하자


나의 숲아

너를 울창하게 하는것은 나의 몫이요

가뭄과 홍수를 버티는 것은 너의 애씀이야


나의 바다야

너를 잔잔히 파도치게 하는 것은 나의 몫이요

폭풍우 치는 밤 버티는 것은 너의 버거움이야


너의 날씨야

너 거센 폭풍치게 하는 것은 나의 죄야

그 폭풍을 개우는 것은 나의 사랑과

너의 용서이지


나의 해와 구름과 바람과 달과 비야

너 뜨겁고 강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너의 원망이자 속상함이고

나의 사과이고 사랑이고 포옹이겠지


타버리지마 나의 이글거리는 태양에

쓸려가지마 나의 감당못할 홍수에

그럼에도 너 살아날 나의 대지

그럼에도 나 받아주는 너의 바다


이게 사랑이지, 뭐겠어

이게 마음이지, 뭐겠어

이게 우릴 풍요롭게 하고 죽어가게 하겠지

그게 아님 뭐겠어,

서로가 날씨가 되어

서로 마음을 돌보아야지


버티게 하지 않아도 되겠금

이미 매말랐다면 다시 적셔주겠금

이미 무너진 대지에 숲을 만들 수 있겠금

엉망이 된 바다에 다시 푸른 파도가 치겠금


그렇게 망가진 마음을 고쳐주고

그렇게 망가진 날씨를 달래주는

서로의 세상을 그렇게 돌보아주는

서로의 마음을 그렇게 사랑하는


이게 사랑이지 뭐겠어

이게 서로에게 주는 사랑이고

이게 서로에게 받는 사랑이지

이게 마음이지 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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