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가 좋아서.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꽃도 식물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식집사가 되었다.
나는 흔히 키우기 쉽다는 초보급 식물들도 빠르게 죽여버리는 그야말로 타고난 똥손이었다.
식물은 나랑 안 맞는구나 싶어 포기했다가도 봄만 되면 초록초록한 아이들을 집에 데려오고 싶어 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우리 집 거실 창가엔 크고 작은 식물들이 제법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설프지만 4년째 식집사를 이어가고 있다.
식물을 고를 때 나의 기준은 단순했다.
"이거 잘 안 죽나요? 물 자주 줘야 하나요?"
예쁘고 뭐고 일단은 나의 소홀한 관리에도 생명력이 긴 아이들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가늘고 여리여리 하면서 아기자기한 화분과는 거리가 먼 어르신들이 키울법한 행운목이나 뱅갈 고무나무 같은 크고 생명력이 긴 아이들 위주로 집 안에 들여놓았다.
이번엔 다행히 잘 자라주는 녀석들 덕분에 자신감이 붙어 화분을 하나씩 더 늘려갔다.
' 나 똥손은 아닌가 봐...'
사실은 내가 똥손이 아닌 게 아니라 나의 세심한 관리 없이도 녀석들이 꿋꿋이 잘 자라준거였다.
그런 시골 대형견 같은 아이들을 키우다가 얼마 전 지인에게 종지만한 팟에 작고 여린 미용이 잘된 예쁜 애완견 같은 식물들을 선물 받았다. 그 아이들의 이름은 너무 길어 외우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마치 루이윌리암~스세바스찬 주니어 3세 같은 느낌이랄까. 그에 비해 우리 집 행운목과 고무나무는 누렁이 바둑이 같은 순박한 시고르자브종 느낌이었다.
확실히 이 작은 팟의 초록이들은 너무 사랑스럽고 자주 들여다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냥 하나의 오브제가 아닌 반려 식물의 느낌을 확실하게 주었다.
식집사 4년차에 또 다른 세상을 만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