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좋다. 너로 시작한 아침을 너와 함께 끝마친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너는 나의 전부였다. 아침부터 잠이 들기 전까지 같이 있지 않을 때는 너를 생각했고 그게 아니라면 모든 일을 같이했다. 좋았다. 하지만 어느 시간부터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개인적인 사람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서로가 비슷했고 그래서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를 존중해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고 이기적이었던 나는 그녀에게 나와의 시간을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금은 알 것 같다. 좋은 연애가 무엇인지.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연애를 원했고 그런 연애를 좋은 연애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가끔은 내가 귀찮게 느껴지게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철이 없었고 지질했던 그때의 내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다. 내 인생의 1순위는 그녀였지만 그녀에게는 나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친구들과의 관계. 혼자만의 시간. 물론 중요하다는 것을 나도 잘 알지만 나보다 중요한 일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러한 문제로 그녀와 자주 다투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있다. 가끔은 내가 피곤할 정도로.
분명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런 사랑을 받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역시나 이기적인 동물이었다. 이제는 내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한 번도 그녀에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녀와 있는 것이 싫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가끔은 혼자 술이 먹고 싶은 날도 있었고 혼자 영화도 보고 싶었다. 그냥 혼자 산책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집에서 멍을 때리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그녀와 함께하는 것이 더 좋았다. 그래서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러한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의 인생에는 이미 그녀로 가득 차 버렸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되었을까? 어느새 이러한 것들도 일상이 되어버리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고 더 이상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오늘은 저녁으로 뭐 먹을까? 이번 주말은 어디 갈까? 이따 일 끝나면 데리러 갈게. 나의 하루는 오직 그녀였다.
사실 다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녀만을 생각했던 것도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도 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며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패션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미 그녀로 충분히 행복한데 왜 공부하고 디자인해야 하는지 이제는 내 꿈이 뭔지도 조금씩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끝을 반드시 봐야 멈추는 성격이다. 좋은 말로 이야기하면 모든 일에 책임감을 다 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임한다. 나의 연애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만 바라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나 일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의 꿈은?
그래도 나는 열정적으로 사랑했었고 연애했었던 그때의 내 모습이 부럽다. 아마 그때의 나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때의 나는 불과 1년 전의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아마 더 이상은 누군가를 넘치게 좋아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나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성장했다. 그래서 가진 것들이 많아졌고 이제는 그것들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넘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었지만 그랬었기에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여러 고민을 했었던 청춘의 가장 빛나던 페이지에 서 있었던 작년의 내가 너무 부럽다. 지금 보면 귀여운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