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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Jun 29. 2024

술은 이기려고 먹는 것이 아니야

#48 술을 배워가는 이야기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린 시절에는 그러니까 성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편의점에 몇 배의 돈을 주고 밖에서 술을 사 먹는 어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더 어린 시절 그러니까 성인이 되기 전에 학생 때는 퇴근 후 습관처럼 술을 먹는 어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왜 어른들이 술을 먹는지 알 것 같다.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부끄럽지만 나는 성인이 되기 전에 처음으로 술을 먹게 되었다. 우연히 친구들과 놀러 가는 여행에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마시는 술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미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술을 마셨다. 술은 친구들과 선배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게 도와주었고 그런 영향인지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니 대학교에서 술이 없으면 놀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되어버렸다.



성인이 되면 아마 대학생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술을 마시다 흑역사를 만들고는 한다. 아직 술을 많이 마셔 본 사람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주량도 모르고 술에 취해 그리고 그때의 기분에 취해 쓰러지거나 실수도 하는 등 한 번은 흑역사를 만드는 것 같다. 나 역시 밤을 밤을 새우며 밖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쓰러졌다고 한다. 사실 나는 기억은 없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점점 술과 친해지다 보니 이제는 술을 이기고 싶어졌다. 20살 젊은 나이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웃기고 귀여운 일이지만 멋있고 굉장해 보였다. 나는 원래 술을 잘 먹는 편이기도 했고 술을 좋아해서 자주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주량은 늘어가고 있었다.



“술은 나의 친구였지만 이기고 싶은 친구였다.”



전역 후 나는 술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제는 약속이 없더라도 혼자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 먹으면서도 나는 술을 이기고 싶었다. 한 번에 마시는 양이 많아지며 처음에는 한 병 시간이 지나고 두 병 더 지나니 세 병. 이유는 모르지만 쌓여가는 술병들 사이로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이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만 취해도, 기분만 좋아져도 좋았던 술이 어느 순간 만취를 해서 쓰러져야 만족하는 나의 모습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몇 달간 술을 마시지 않았다. 물론 약속도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술과 헤어지고 있었다.



“진짜 좋은 친구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가운 것이 아닐까?”



나는 술과 완전히 이별했는지 알았다. 하지만 여자친구와 잠시 헤어졌을 때 나는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면서도 그때의 습관 때문인지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술을 찾았다. 술은 힘든 시간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였다. 술과 함께라면 어떤 힘듦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든 일을 위로해 주던 술은 어느 순간 나의 기쁜 일도 축하해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술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슬픈 나를 위로해 주고 기쁜 나를 응원해 주고 불안한 나에게 용기를 주고 이제는 이유가 없어도 나의 곁에 있어주었다.



술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나는 더 이상 술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누가 이기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고 나는 그 시간들을 어느 순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어른이 되고 있는 것일까?






술을 많이 먹거나 자주 먹거나 아무튼 술은 몸에 좋지 않다. 나도 안다. 술에 의지하는 것은 더 좋지 않다. 역시 안다. 처음에는 술에 의지했다. 술이 없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항상 의지한다면 상대방에게도 아니 서로에게 언젠가는 부담이라는 단어로 돌아올 것이다. 정말 좋은 친구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도 그냥 가끔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친구가 좋은 사이인 것 같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나는 술을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냥 가끔 만나도 좋고 더 이상 의지하거나 이기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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