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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Jun 30. 2024

예술 그리고 권태기

#49 예민함은 무기가 아니라 독이었다.

예민함은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 흔히 예술가는 점 하나를 찍어도 아무 의미 없이 찍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술가들이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작은 요소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예민함 때문인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가는 것들이지만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쉽게 지나갈 수 없다.          






그래서 창작 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예민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당장 학교에서 듣는 수업들에서만 봐도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나 교수님, 그리고 졸업하신 선배들이나 창작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아도 다들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예민함이라는 요소를 겉으로 심하게 들어내는 사람들도 있고 숨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민함이 없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예민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쉽게 넘어갈 일들은 넘어가지 못하고 반대로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 같은 일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일들이 많다. 특히 내 입장에서 쉽게 넘어가지 못할 일이 하나라도 발생하는 경우 나는 그 일을 해결할 때까지 다른 일에는 집중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예민한 사람들은 아픔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느껴진다. 평범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아물 상처라도 예민한 사람들은 잘 아물지 않는다. 그 일에 대한 스스로의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처가 아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격의 영향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무언가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흔히 오타쿠나 중독이라는 단어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정 분야나 게임, 술, 담배에 중독되어 한 가지에 집중하며 자신을 예민하게 만드는 일들,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들에서 회피하고 벗어나려고 한다.          



현재 많은 것들이 나를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수업들 그리고 너무 많은 일들 심지어 항상 나를 행복하게만 만들어주던 여자친구와 옷까지 모든 것들이 고통스럽게만 느껴지고 있다. 아마 너무 바빠서일까? 아니면 무엇 때문일까? 이제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술을 마시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민함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많이 했지만 사실 예민함은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한 가지 일을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대신 한 가지 일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결과물 역시 더 특별한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하지만 최근에 나에게 예민함은 무기가 아니라 독인 것 같다.          



많은 일들이 예민하게 느껴지고 있다. 옛날에는 그러한 내가 좋았다. 한 가지 일이라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집중하던 내가 멋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서일까? 집중할 일들이 너무 많아져서일까? 벅차고 힘들다. 즐겁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모두 피곤하게 느껴졌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패션과 여자친구 역시 말이다.






어떤 것이라도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도 있고 나쁜 점이 있다면 좋은 점도 있다는 것을 나 역시 누구보다 더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나의 성격이 밉다. 내가 사랑했던 패션도 사람도 이제는 피곤하게만 느껴진다. 패션을 공부하는 시간도 적어지고 있고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시간도 적어지고 있다. 이제 곧 종강이다. 방학이 되면 괜찮아질까? 하지만 나의 예민함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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