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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Jun 22. 2024

여자들 사이에서 혼자 남자일 때

#47 적응

의류학과. 아니 패션 업계에는 상대적으로 남성의 수보다 여성의 수가 더 많다.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중에서는 남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패션 업계에는 여성의 수가 더 많다. 물론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3학년 2학기가 되니 디자인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에 남자는 나 혼자 남게 되니 그러한 사실들을 요즘 더 몸으로 느끼고 있다.






먼저 나는 절대로 여성분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분들이 더 편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친척들 중에서도 남자는 나 밖에 없었고 어린 시절 또래 친구들도 여성분들이 더 많았다. 항상 남자인 친구들보다 여자인 누나나 동생 친구들과 지냈기 때문에 나는 남중, 남고를 나왔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함께 수업을 들으며 회의를 하고 작업을 같이하기 시작하며 가끔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불편하다는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복학을 하고 이성보다는 동성인 지인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일단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는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성인 사람들과 친해지고 만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의 지인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그 영향일 수도 있고 여자친구를 제외하고 이성인 분들과는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이 한동안 없어서인지 사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공적인 상황에서도 불편했다.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항상 조심히 생각하며 행동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들을 하지 못했다.



그런 나의 모습 때문인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여성분들도 나를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말이나 행동에서 가끔 그런 것들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서로 조심히 상대방을 대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것이 공적인 일일 때는 마냥 좋은 일이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같이 수업을 들을 때도 작업을 할 때도 서로가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객관적인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가 힘들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여성분들을 불편해하는지 나의 영향이고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성분들 보다는 남성분들과 일하는 것이 남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더 편하다. 하지만 단지 학교에서가 아니라 졸업을 하게 되면 아마 남성분들 보다는 여성분들과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고 그때도 내가 지금처럼 불편하게 느끼고 행동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로 다가오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과는 상관없었다. 아직도 불편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적응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남성분들이 많은 회사에 취직할까? 아직도 나는 적응하고 있다. 여성분들 사이에서 혼자 남자일 때 어떻게 해야 불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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