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노력 그리고 재능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고민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잘하는 일을 할 것인지 또는 그 둘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제 취업까지 1년이 남은 시점에서 나는 또다시 나의 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패션처럼 예술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감각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각은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지만 사실 그것 또한 재능의 영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감각을 배우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도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전자에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로를 이쪽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 예술가라는 꿈을 가지기 전까지 여러 꿈들을 거쳐왔다. 나는 정말 노력했었다. 다양한 꿈들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고 정점을 찍기 위하여 이렇게까지 노력하면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믿는 나였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정점에 있지 못한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며 계속 노력했었다.
지금도 내 생각은 그대로다. 세상에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일이 잘 안 되고 내가 못하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노력이라는 것도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력 그리고 재능
마음이 아픈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같은 시간을 소비하더라도 심지어 더 소비하더라도 재능이 없는 사람은 재능이 있는 사람보다 결과가 좋지 않다. 그래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넘어서고 정점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들도 끝없는 노력을 한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서 재능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옷과 예술을 선택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패션이었고 예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다소 주관적이어서 경쟁이 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얼마나 오만했었고 모든 것이 다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처음에는 내가 제일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감각이라는 것이 패션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며 알게 되었다. 패션은 단지 감각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글로 잘 옮기고 어떤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그림 등으로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제품 그러니까 옷을 잘 만들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한다.
옷을 만드는 수업, 그림을 그리는 수업,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수업 그 밖에 영상, 이미지 등으로 표현하는 수업. 많은 수업을 들으며 나는 점점 더 내 실력에 의문이 들었다. 내가 감각적인 것은 사실이다. 항상 특이하고 재밌는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나의 장점을 인정해 줄 때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그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표현할 때의 나는 부족했다.
그림을 배우고 있고 옷도 남들보다 더 많이 만들었고 글도 더 많이 써 봤는데 항상 부족했다. 노력?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노력만이 문제일까? 그래 이제야 말할 수 있다. 나는 손재주가 부족하다. 그림을 못 그리는 화가, 노래를 못 부르는 가수, 옷을 못 만드는 패션 디자이너. 그래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아직까지도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바로 재능인 것 같다. 나도 잘하고 싶고 그래서 노력하는데 왜 남들만큼 하지 못할까?
이제는 안다。 나는 옷에 재능이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나는 옷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그래 재능이 부족할 수도 있고 노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세상 누구보다 옷을 좋아한다. 그거 하나로 충분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나에게 잘하는 일은 없다. 다 내가 노력해서 어느 정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노력했을까? 좋았기 때문이다. 노력은 힘들지만 힘듦까지도 극복할만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옷을 포기할 생각은 죽어도 없다. 누가 뭐 하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옷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