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하는 일도 많았던 작년 겨울. 이제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나는 지쳐있었다. 여러 일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지만 사실 이제는 알 것 같다. 무엇이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는지 말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던 나지만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좋은 것이 다른 사람한테는 아닐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불편해 보이는 것들이 그 사람한테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에게 조언을 하거나 평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다.
내가 공부하는 패션도 좋아하는 예술도 같다. 나는 내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 따라 좋은 느낌을 받았을 때 좋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단지 내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은 나와 달랐다.
학교, 수업 그리고 사회. 모든 것은 평가로 이루어졌다. 학교 안에서 특히 디자인 수업에서 나는 별로인 사람이었다. 항상 교수님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단지 다른 것이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수업에서 항상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수업과 맞지 않았고 방향성이 틀렸을 뿐이라고. 하지만 진실은 어조와 확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쳤던 나였지만 다른 사람들과 너무 다르고 평범하지 않았던 것일까? 어느 순간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너는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사람이다. 너의 디자인은 많이 본 디자인이다. 너의 작품의 스토리는 너의 기준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다른 사람들은 공감하기가 힘들다.
처음에는 무시했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도 그냥 내가 특이한 사람이지 나쁘고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교수님의 말에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 또 하루 매 수업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에 어느 순간 나의 디자인은 좋지 않은 작품이 되었고 나라는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안 되어있는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나는 내 길을 걸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몸이 지쳐서 그런 것일까? 어느새 마음도 지쳐버려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교수님의 말씀이 그리고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이 나를 좋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나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내가 좋은 사람인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만나지 않았지만 대부분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이 좋지 않아도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다.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의심하고 확인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자신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진실은 어조와 확신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진실은 언젠가 진정한 진실 앞에서 사라지고 진정한 진실은 드러나게 된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언제나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