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정류장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정류장 - 한로로)
택시를 타고 편하게 가는 것도 좋지만 나는 버스가 좋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 기다림이 나는 좋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나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가끔 시간이라는 친구가 미울 때가 있었다.
시간은 언제나 늘 옆에 있는 친구 같지만 그래서 더 미웠다.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언제나처럼 나는 늘 시간을 좇아 달려가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런 시간이 나에게 버겁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시간은 항상 옆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이고 친구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좇아가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늘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기다림은 가끔 나를 재촉했고 급해지게 만들었다.
기다렸지만 실망했고 지쳤다.
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은 나를 떠났다.
돌아오리라 믿었지만 여전히 내 곁에는 없었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기대하고 있었던 순간들도 마찬가지였다.
잡힐 것만 같았고 보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의 눈앞에는 늘 생각했던 순간들과는 다른 순간들이 펼쳐졌다.
그런 상황들에 나는 지쳤고 모든 것을 멈추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은 여전히 앞으로만 움직였고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지 않을 버스를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 하나 없었고 사랑 하나 없었다.
정류장에는 쓸쓸하고 차가운 바람만이 불었다.
늘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기대하며.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이기적이었나 보다.
다가 올 사람도 새로 올 상황들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늘 내 생각만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이제는 가지고 있던 것들은 모두 내려놓고 기다린다.
후회나 미련 같은 것들 말이다.
혹시나 돌아 올 사람이나 새로운 상황을 위해서.
나는 여전히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버스가 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외롭고 쓸쓸하지 않다.
“맞이하는 사랑 없어도 텅 빈 이곳은 따뜻하네요."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어.
https://www.youtube.com/watch?v=2EMgY5E5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