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커피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어떤 날도, 어떤 말도 - 오존)
매일 아침 나는 커피를 내린다. 처음에는 그저 하루를 버티기 위해서 마셨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너무 비쌌고 커피를 저렴하게 마시는 방법을 찾다 보니 어느새 직접 내려서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커피를 잘 몰랐었던 것 같다. 그저 쓰디쓴 커피의 맛을 숨기기 위해 시럽을 가득 담았고 카페인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혹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숨길 뿐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는 나도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아직 커피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커피는 어느새 나의 옆에 없어서는 안 될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기뻐도 마셨고 슬퍼도 마셨다. 그저 함께하는 것으로 행복했다.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커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어떤 지역에서 왔는지 누가 로스팅했는지 또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 커피는 향도 맛도 색도 달라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기쁘게 해주는 커피도 있었고 깊은 마음으로 나를 감동시키는 커피도 있었다.
누군가 내려주는 커피도 좋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내려먹는 커피가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커피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커피는 말수는 적은 친구지만 이야기는 많은 친구 같았다.
변하지 않는 사랑도 변하지 않는 사람도 없었다. 돌아오는 계절이었지만 매 순간 다름을 느꼈다. 모든 것은 시간에 의해 변해가고 흘러갔다. 하지만 커피는 달랐다. 같은 원두라도 오늘 내린 커피와 어제 내린 커피의 맛이나 향은 달랐을지언정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오늘도 파이팅이라며 웃는 얼굴로 나를 응원해 주었고 가끔 지친 밤에는 나의 등을 토닥여주며 오늘도 수고했어라며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커피를 직접 내리며 고마운 커피의 이야기를 들어주곤 한다.
처음에는 그저 쓰디쓴 커피였지만 시간이 지나 커피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지금은 아픈 날도, 아픈 말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라고 요즘 생각해 본다.
어떤 날도, 어떤 말도 문득 고개 드는 가슴 아픈 기억조차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눈물들로 남을 테니까.
함께 했었던 많은 계절은 비록 여기서 끝이 난다 해도.
https://www.youtube.com/watch?v=xXxCtZJ-Mh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