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2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지막 졸업

#21 졸업식

by 지민 Feb 27. 2025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끝나지 않은 얘기 - 릴러말즈, 다이나믹 듀오)



드디어 마지막 졸업이다! 

그동안 정말 많은 졸업식을 다녀왔다.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내 인생의 마지막 졸업식.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졸업식이다. 매 졸업식이 기다려지지만 말이다. 대학교 졸업식은 정말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며칠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솔직히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나의 대학생활은 안 좋은 일들보다 좋은 일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더 가고 싶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청춘의 아름다운 대학생활을 꿈꾼다. 나 역시 같았다.  물론 좋은 일들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꿈, 사랑, 우정 무엇하나 놓치지 않았던 나의 대학생활은 아름다웠다. 지금은 본가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지만 처음으로 집을 떠나 혼자 살았던 대학교. 그리고 처음 만난 다양한 사람들. 같은 꿈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던 친구들. 순수했던 사랑. 가끔 넘어져 아프기도 했지만 행복했던 것 같다.



나는 이미 학기가 끝나고 계약 기간이 끝나 자취방을 빼며 학교와 작별 인사를 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났던 사람들. 아침이면 나에게 인사해 주던 새들과 고양이들. 밤이면 나를 위로해 주던 별과 달들. 아마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슬펐지만 고마운 감정이 더 컸던 나머지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나는 학교를 떠나며 나 자신과 약속했다. 더 행복해지자고. 행복했던 대학생활을 계속 추억하다 보면 앞으로 다가올 행복을 놓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몸도 마음도 학교와 확실히 작별했다.



그래서 나는 졸업식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졸업식이었고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잊히지 않았다. 학교를 떠나고 2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즐거웠던 대학시절 나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혹시나 다시 마주칠까 무서웠다. 나의 대학생활 중 나에게 가장 많은 추억을 선물해 주었던 전 애인을 다시 만날까 봐.



헤어진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분을 마주쳐도 그분은 아마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너무 감사하고 미안해서. 아마 다시 흔들릴지도 모른다. 이제야 조금 괜찮아졌는데.



여러 이유들로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결국 나는 졸업식을 가게 되었다. 그날은 날씨가 정말 추웠다. 친구들과 간단히 사진을 찍고 학교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또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추억은 단지 추억이었다. 졸업식 때문에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 나는 아쉬움 보다 후련함을 느꼈다.

계속 추억하고 있을 것만 같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바람을 가져다주었다.



마지막 졸업식.

끝나지 않은 얘기들이 너무 많아서 너무 아파서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사람 같아서 사랑 같아서.



하지만 추억 속에서 계속 머물기에는 앞으로의 나의 시간은 아름다웠고 그래서 나아가야 했기에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9ZSmXHwvco






지민 작가의
작품이 좋았다면 작가를 응원해 주세요.
이전 20화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