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가는 방법

#9 패션 디자이너

by 지민


2학년 2학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방학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나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지금도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흰색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머릿속으로 테마와 콘셉트 스토리를 생각하고 직접 옷을 만드는 일은 재밌다.







우리 학교 디자인 교수님은 특이하시다. 하지만 누구보다 패션에 열정적이시고 학생들에게 잘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교수님이다. 하지만 선배님들 친구들 등 학생들은 다들 디자인 교수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과제의 양도 많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말을 조금 아프게 하신다. 교수님의 독설에 매년 신입생들 중 우는 학생들이 꼭 한 명씩은 있는 것 같다. 교수님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다들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얘기 특히 패션 이야기에서는 내가 할 이야기가 있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성격이라 교수님과 수업 중에 많이 싸웠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교수님의 장기 출장으로 그동안 외부 교수님이 디자인 수업을 담당하셨다. 디자인 교수님 수업을 듣기 싫어하는 선배님들이 많았었는데 다른 교수님이 디자인 수업을 담당한다는 소식에 디자인 수업은 인기가 많아져서 신청을 못 할 정도였다. 운이 좋게 나는 수강 신청에 성공했다. 외부 교수님은 젊으셨고 디자인이 좋지 않아도 나름 돌려서 말해주시는 분이라 인기가 많으셨다.



1학년 때는 패션 디자인에 대해 맛보는 수업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패션 디자인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개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간고사 목표였다. 스포츠웨어, 밀리터리룩 등 3가지 주제가 있었고 그중에서 2가지 주제를 선정한 다음에 테마와 콘셉트를 잡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패션 디자인은 좋아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러프하게 스케치하면서 구상하는 단계의 작업은 좋아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포트폴리오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리는 그림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일 큰 이유는 사실 그림을 잘 못 그리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그림을 배우면서 나는 그림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하지만 나의 디자인 실력 그리고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도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경우 일러스트가 디자인을 평가하는 요소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싫었다.



학교 수업은 어쩔 수 없이 채점을 통하여 성적을 매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당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의식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보다 성적이 낮다면 내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의문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생각하고 그렸다. 다른 수업 시간에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며 콘셉트 이미지와 함께 디자인 스케치를 교수님에게 가지고 갔다. 의식하지 않는 척했지만 선배들이나 다른 친구들의 디자인도 확인했다.






결과는 좋았다. 사실 지금 봐도 일러스트는 잘 그리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어색한 그림 사이로 흐르는 그 느낌은 너무 좋았다. 선배들이나 친구들도 칭찬해 줬고 교수님은 내 그림을 표본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셨다. 나 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디자인적인 느낌은 내가 봐도 내가 제일 멋있었다. 패션 디자인은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직업이 아니다.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멋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직업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꽤 잘하는 것 같다.


나 자신을 믿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하여 앞만 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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