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재회?
전 여자친구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다시 만날 거야?
수업에서 만나고 어쩌다 같이 술도 마시고 밥도 먹게 되었다. 우리 둘 다 겹치는 지인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이제 그만 화해하라며 장난치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마 우리가 헤어진 자세한 이유를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슬펐고 다음에는 미웠다. 학기가 시작되고도 가끔 연락을 했지만 차가운 답변에 이제는 나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같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녀가 특히 너무나 미웠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우리가 처음 서로를 좋아하게 되어서 만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냥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그래서 만약 그녀가 다시 만나자고 얘기하더라도 아마 나는 거절할 것 같다고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모르겠다. 내가 과연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녀를 잊기 위하여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지금보다 더 바쁘게 살면 잊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열심히 과제하고 그림 그리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해봤지만 너무 힘들다. 그녀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거짓말 같고 속상했다.
인연이나 운명 같은 것은 원래 잘 믿지 않는다. 다 미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주나 타로 같은 것들이나 종교도 사실 믿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고 나 자신을 제외한 다른 것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자꾸 그녀와 마주친다. 학교가 좁은 것도 아닌데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밤에 혼자 산책하면서. 우연일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치게 많이 마주쳤다. 마주치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나도 인사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녀가 너무 미웠고 슬펐고 그래서 더 보고 싶었다.
지나친 우연에 감정을 정리하고 있던 나는 또다시 슬픔에 잠겼다. 혼자 마시는 술의 빈도도 양도 늘어났다. 평소와 같이 술에 취해서는 또다시 그녀와 걷던 거리를 걸어 다니다 그녀와 자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던 흔들의자로 향했다. 슬픈 영화 속 주인공처럼 슬픈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 울면서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연락했다.
"할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자주 갔었던 의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카톡의 답장이나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밤공기가 너무 슬펐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연락을 남겼다.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거짓말처럼 3달 동안 차갑기만 했던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5분 정도 기다리자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고 그녀는 내 옆에 앉았다. 나는 하염없이 울었고 그녀는 나를 안아주며 그런 나를 위로해 주었다. 1시간 정도 울었다. 그녀 역시 나를 위로해 주며 함께 눈물을 흘려주었다. 1주일 뒤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