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그 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를 다시 한번 보았다. 옛날에 봤을 때와 이별의 아픔을 느끼고 봤을 때는 너무 달랐다. 드라마를 보면서 펑펑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많은 공감과 함께 여러 감정을 느꼈다. 나와 그녀의 이야기 같았다.
그녀와 약속 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어떤 말을 할지 그녀는 어떤 이야기 기를 할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글들을 쓰고 지우 고를 반복하며 고민했다. 내가 예상하는 그녀의 답은 두 가지였다.
헤어지는 것이 맞는 것 같아.
or
우리 다시 만날까요?
사실 지금까지 상황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전자에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그녀와 만나서 위로를 받았을 때 상황은 사랑보다는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크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 답을 준비했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별을 이야기한다면 이별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고 재회를 이야기한다면 더 잘해주고 사랑을 키워가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의 약속 당일 행복한 마음이 컸다. 그녀의 선택이 어떻든 나라는 사람을 지금까지 피하다 만나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선택과는 상관없이 나의 이별에도 끝을 맺으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속한 날이 되었다. 그녀가 먼저 연락이 왔고 우리는 마지막에 만난 장소, 어두운 밤에 만나게 되었다. 그녀와 나 둘 다 술자리에 있다 만나게 되어서 알코올의 영향인지 서로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의 결과가 어떻게 되어도 괜찮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산책을 통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헤어지고 연락이 끊기고 서로가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러다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다시 만나면 안 될까요?”
그녀는 흐느끼며 이야기했다. 헤어지고 처음에는 홀가분하고 괜찮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주 마주치며 서로가 진짜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쯤에 다시는 못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고작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울어주던 나의 모습이 컸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자신의 서툰 판단에 잘못을 느꼈고 나에게 사과하며 헤어지고 나서야 사랑했다는 감정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있었던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무너졌다. 헤어지고 나서야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라는 감정을 제일 먼저 느꼈다. 우리가 만나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이별의 아픔을 통해서 느꼈다는 것에 배신감을 포함한 여러 감정들이 분노라는 감정으로 표출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만나자는 그녀의 이야기에 뜸을 들이며 잠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고민을 하며 같이 걷는 동안에도 그녀는 계속 울었다. 만약 그녀가 울지 않았다면 나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라는 사람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슬퍼하는지.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네. 다시 만나요. 대신 다시는 헤어지자고 이야기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고작 내가 뭐라고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지금도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지는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때 그녀가 나와 다시 만나자고 한 이유가 과연 어떤 이유였는지 시간이 지난 지금이야 알 것 같다. 사랑은 무엇일까. 너무 어렵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