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by 베토디

테니스 열풍에 힘입어 주위에서 테니스를 치는 사람이 하나둘 늘고 있다. 그중 한 오빠는 시작한 지 몇 개월 만에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보기와는 달리 오빠가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빠와 점심을 먹던 어느 날, 원래 운동을 잘하는 편이냐, 어떻게 이렇게 실력이 빨리 늘었냐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뻔뻔하면 돼."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실력이 안 되는 상태에서도 오빠는 만나는 주변인들한테 "테니스 칠 때 나를 꼭 부르라"는 이야기를 했고, 소규모 시합에도 참가를 했다고 말했다.

"근데 그럼 같이 치는 사람들한테 민폐지 않아?"

"뭐 어때. 그 사람은 처음부터 잘 쳤나. 나도 잘하는 사람들이랑 치면서 느는 거지 뭐"


그의 마인드가 부러웠다. 나였으면 분명 내 실력이 안 돼서 다른 사람한테 민폐가 되면 어떡하지, 내가 못하는 게 너무 티 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쉽사리 얘기를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상위권에 속해있지 않은 상태를 굉장히 불안해하며 살아왔다. 학원에서 레벨업을 했을 때, 이전 반에서는 내가 1등이었는데 새로운 반에서는 하위권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엄마한테 학원에 전화해서 다시 반을 내려달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물론 엄마는 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고, 평균 이상은 하겠다는 확신이 들 때만 남들과 무언가를 함께할 수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잘 못한다는 사실이 '뽀록'나는 것을, 못하는 애로 낙인찍히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다. 자존심이 세서일까 아니면 주변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실력 향상'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뻔뻔함'이라는 답은 굉장히 신선했고, 나도 그 '뻔뻔함'을 기르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기꺼이 다른 사람을 보고 배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뻔뻔함은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실력을 키워주는 치트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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