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16.내일은 댄스왕

1979년생 싱글이모와 2020년생 조카의 통하는 이야기

by 순덕

#16. 내일은 '꼭' 댄스왕


지난 주말, 내가 사는 지역의 해수욕장에서는

작은 여름축제가 열렸다.

처음부터 즐긴 게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지역가수의 공연도 있었고, 나름의 버블쇼와 불꽃쇼도 열린 것 같다.


조카와 난, 축제보단 모래성 쌓기에 빠져 한참을 백사장에서 놀게 됐고...

흙을 털어내기 위해 주차장 세면대로 향하던 중,

사회자의 음성을 듣게 됐다.


"자!! 지금부터는 어린이 댄스대회를 열겠습니다.

댄스에 자신 있는 어린이 여러분, 모두 무대로 나와주세요!!"


그 말에 조카와 난, 100m 달리기라도 하듯 전속력으로 뛰었고...

무대 앞에 다다랐을 땐, 이미 많은 아이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였다.


아직 한 번도 남들 앞에 나서 본 적 없는 조카였지만...

"서현이도 나가볼래?"라는 말에,

자신 있게 "응!!!!!"이라고 대답했고,

조카를 무대로 떠밀었다.


얼떨결에 오르긴 했지만, 얼마 안 가 부끄러워하고 이모에게 안길 줄 알았는데...

조카는 무대 맨 뒤 구석에서, 나름의 댄스를 선보였고

(실상은 무릎 까딱까딱 정도? 본인 말로는 그게 '아기춤'이란다ㅎㅎ)

실시간으로 춤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지만,

노래가 끝날 때까지 조카는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근데 그 순간,

진행요원인 듯한 대학생 언니가

결과와는 상관없이 조카에게 '연필꽂이' 하나를 쥐어줬고....

그 선물은 우리 집의 '가보'가 됐다.

까딱이는 아기춤을 본 사람은 나뿐이라...

동영상 안 찍었다고 온갖 비난을 받아야 했지만,

식구들은 마치, 우리 조카가 에스파나 아이브 춤이라도 춘 줄 아는 것 같다.


****

어쩌면 그 진행요원에게는 남는 선물 가운데 하나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작은 배려가 조카에게도,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도

엄청난 용기와 사랑을 준 것 같다.


내가 하는 일 역시,

나에겐 너무 익숙하고 하찮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간절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지금은 백수라 일을 안 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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