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24.우울할 땐 젤리

1979년생 싱글이모와 2020년생 조카의 통하는 이야기

by 순덕

#24. 우울할 땐 젤리를 봐


아직 세돌이 채 안된 조카에겐

충치가 무려 일곱 개나 있다.

(사실, 여덟 개였는데 하나는 곧바로 치료를 했고 일곱 개는 지켜보는 중이다ㅠㅠ)


그동안 조카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각종 초콜릿과 사탕, 젤리를 사 먹였던 나는

큰 죄책감에 빠졌고,

다시는 이에 안 좋은 것들을 사주지 않겠다고

조카의 엄마인 동생과 약속했지만

길 가다 예쁘고, 맛있게 생긴 간식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난... 진정한 조카바보인 것 같다.


이번에도 여행 중 카페에서 '뽀로로 젤리'를 보게 됐고

조카생각에 얼른 사고 말았지만

주는 게 문제였다.

최대한 동생의 눈치를 살피며...


"서현아, 이 젤리는 지금 먹는 거 아니야."

"그럼?"

"네가 진짜 진짜 먹고 싶거나 너무 우울할 때... 그때 먹는 거야. 알았지?"

"그땐 먹어도 돼?"

"응, 근데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너무너무 기분 좋잖아. 억지로 안 먹어도 돼."

"맞아. 나 지금 안 먹고, 보고만 있을 거야."


그렇게 조카는 젤리에 대한 식탐을 부리지 않았고,

여느 때처럼 얼른 먹겠다고 때를 쓰지도 않은 채...

하루에 한두 번, 냉장고 속에 있는 젤리를 보여달라고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내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온 날.

내 생각처럼 스타일이 나오지 않아 망했다며 우울해하고 있을 때

조카가 와서 물었다.


"이모! 우울해?"

"응, 우울해."

"왜?"

"이모 머리가 안 예뻐서 너무 우울해."

"그래?"

"이모 머리 어떻게 하지?"


내 질문에 잠깐 고민하던 조카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아하!'를 외친 뒤 얘기했다.


"그럼... 뽀로로 젤리를 보면 되잖아.

먹지는 말고, 보기만 봐. 기분 좋아질 거야. 내 말 맞지?"


****

뽀로로 젤리를 먹었다면 기분이 더 풀릴 수도 있었는데

나한테 주는 것까진 아까웠나 보다. 보기만 하라니...ㅎㅎ

우울함을 해결하는 조카만의 방식이 너무 사랑스러워

땅끝을 파고 들던 나의 자괴감도 다 날아간 듯했다.


우울할 땐 젤리를 보는 조카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스트레스와 두려움도 다 날려버리고 싶다.


"사실 이모는...

우울할 때 너를 봐! 그럼 기분 좋아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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