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생 싱글이모와 2020년생 조카의 통하는 이야기
#38. 나도 알 거든!
잠자리에 들기 전,
다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조카는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기 위해
자리를 잡았고,
그 옆에서 난 내 책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조카의 집중력은 떨어지고 말았고,
내가 읽는 책이 궁금하다며
내 옆에 다가와 책 읽는 걸 방해했다.
"이모 이건 무슨 책이야? 나랑 같이 읽자. 나도 이모 책 읽고 싶어."
하지만 나의 독서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빨리 책을 보고 잠을 재워야 했기 때문에
조카를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싫어. 넌 네 책 읽어. 이모 책은 글자가 너무 많잖아.
너 글자 못 읽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읽어주는 책 봐."
순간, 내 말에 자존심이 상한 조카는
잔뜩 화난 얼굴과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도 글자 알거든!!!!!!!!!!!
일이삼사오육칠팔구... 이것 봐. 나도 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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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숫자가 글자는 아니지만,
너무도 당당한 목소리로 일이삼사를 외친 조카가 너무 귀여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나의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내 힘으로 읽은 동화책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였다.
어린이날 즈음에 부모님께 선물로 받은 것 같고,
그 책이 너무 소중해 표지가 닳도록 읽고 또 읽었다.
책 속에 펼쳐지는 그 세상이 참 놀랍고, 재밌었는데...
여전히 난 책이 좋다.
하루빨리 조카도 글자를 읽고, 책 읽는 재미를 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