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생 싱글이모와 2020년생 조카의 통하는 이야기
#39. 비밀스런 기도
조카의 사촌오빠, 그러니까 나에겐 남동생의 아들인 또 다른 조카가 있다.
오늘은 그 녀석의 이야기로^^
여자조카인 서현인 아직 어려서 그런지
산타할아버지나 납골당에 계신 외할아버지, 그리고 밤하늘의 달님에게도
본인의 소원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엄마가 초콜릿 많이 사주게 해 주세요."
"충치가 다 사라지게 해 주세요."
"진원이가 저를 좋아하게 해 주세요."
소원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서현이보다 한 살 많은 남자조카인 도준이는
이제 어엿한 여섯 살이라 그럴까, 아니면 사내아이라 그럴까
웬만해선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다.
무슨 소원 빌었냐고 물으면, 꼭 비밀이란다.
그러다 한 번은 함께 하동 쌍계사로 여행을 갔고,
부처님에게 절을 하고 소원을 빌고 나오면서 물었다.
"도준아 무슨 소원 빌었어?"
"비밀이야."
"왜? 고모 궁금해. 이야기해 줘."
"안돼.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이라서 안돼."
"그럼... 딱 한 글자만! 어떤 소원 빌었는지 첫 글자만 알려줘."
뜻밖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던 도준이는
한 글자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건지
수줍게 우물쭈물하며 내뱉었다.
"해...ㅁㅇㄹ..."
그때부터 유추를 시작한 우리 가족.
먼저 나부터..!!
"혹시, 햄 먹고 싶다고? 너 햄 좋아하잖아. 햄 많이 먹고 싶다고 한 거야?"
"아니야!!!"
다음은 내 여동생의 도전.
"그럼 혹시, 행복하게 해달라고 말한 거야?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기?
도준이 너무 낭만적이다."
"그것도 아니야!!!"
마지막으로 등장한 끝판왕.
도준이의 엄마이자 나의 올케가 너무 쉬운 소원이었다는 듯
우릴 향해 얘기했다.
"헬로카봇 사달라잖아요."
****
비밀이 많아지고, 부쩍 어른스러워진 도준이였지만
녀석도 애는 애였다^^
나도 그럼 한 글자로 소원을 얘기해 볼까?
"돈!!!!!!!!!!!"
(이건 뭐, 부연설명이나 유추도 필요 없는 소원이 돼버렸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