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42.신나는 일

1979년생 싱글이모와 2020년생 조카의 통하는 이야기

by 순덕

#42. 신나는 일


일주일에 한 번 영어학원에 가는 조카는,

유치원에 데리러 온 엄마의 차를 타고 학원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딱 한번,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동생의 연락에

내가 직접 유치원으로 가게 됐고

어른 걸음으로 15분쯤 거리라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서현아, 오늘은 엄마가 못 와서 이모가 데리러 왔어. 괜찮아?"

"괜찮지."

"근데 이모는 차가 없잖아. 그래서 영어학원까지 걸어가야 해."

"걸어서?"

"응, 다리 아프면 이모가 업어줄 테니까 천천히 같이 가보자."

"진짜 학원까지 걸어간다고?"

"왜? 걷는 거 싫어? 힘들 것 같아?"


벌써부터 업어달라고 하는 건 아닌지, 택시를 타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조카는 펄쩍 뛰어오르며 행복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너무 신나잖아~ 걸어간다니.... 야호!!!"


ps.

그날 조카는...

길에 핀 꽃들에게 인사도 하고,

길가에 뿌려진 대부업체 명함을 수십 장은 주운 것 같다.

(누가 이렇게 길에 버린 거냐는 잔소리와 함께 ㅠ)


청소 잘한다고 할아버지께 칭찬도 들었지만,

결국 지나가던 학원친구의 엄마가 태워줘서

지각하지 않고, 무사히 학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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