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53.내 노트북은...

1979년생 싱글이모와 2020년생 조카의 통하는 이야기

by 순덕

#내 노트북은....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나에게 노트북은 꽤 중요한 도구이다.

되도록이면 조카 앞에서 원고작업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마감 시간이 닥쳐오면 걱정되는 마음에 노트북을 켜둘 수밖에 없는데

한 번은 조카가 내 노트북을 열어

마음대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것도 팍팍! 팍팍팍팍!

순간, 엄해진 목소리로 조카를 야단쳤다.


"서현아! 이 노트북은 이모 꺼야.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왜?"

"엄청 중요한 거니까. 너는 이거 못 해."

"알겠어, 미안."


알겠다는 조카의 대답에도 못 미더웠던지,

좀 더 단단히 일러둬야겠다는 생각에

(아마도, 마감을 앞두고 한껏 예민해진 내가 까칠하게 조카를 닦달했던 거겠지?)

한 번 더 조카에게 당부의 잔소리를 퍼부었다.


"이모 노트북은 아주아주 어려운 거라서 네가 못하는 거야."

"왜?"

"이모껀 작동하는 것도 어렵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게 아니야."

"어려운 거야?"

"응, 어려워. 이모도 이렇게 조심조심 만지잖아. 너처럼 툭툭치고 그러면 안돼."


그렇게 내 잔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조카는,

한마디 툭 내뱉었다.


"이모 노트북은 어렵고, 조심조심 써야 되는 거면....

내꺼 쓸래? 내 노트북은 쉬워."


****


사실은 이모 노트북이 비싼 거고, 그래서 고장 나면 안 되는 거고,

고치는 데도 돈이 들고, 다시 사려면 몇 달을 허리띠 졸라매야 하고...

뭐 그런 이유였지만,

조카에겐 그저 이모 노트북이 어려우면 자기 걸 쓰라는 그 제안이

참 귀여우면서도, 내가 너무 뾰족했구나 반성하게 해 준 날이었다.


앞으로는 조카 앞에서 일하는 모습 안 보여줘야지... 다짐해본다.

IMG_1532.jpg

(*퍼온 사진, 근데 딱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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