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il Trifonov – Bach : BWV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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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머릿속에 어떤 노래가 맴돌 때가 있다. 요즘에는 피아노의 어떤 소리, 음악이 맴돌았고 나는 그것을 찾기 헤매다 결국 찾았다. 내 기억 속에 있었던, 여러분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곡. 오늘 이야기할 바흐의 작품번호 BWV 147번, "Jesu, bleibet meine Freude(예수는 나의 기쁨이시니)"이라는 곡이다.
1716년경, 바흐가 바이마르에서 대림절(성탄절 전 4주일)을 위해 작곡했으며, 1723년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가 갖추어졌다. 바흐는 매주 예배용 칸타타를 새로 작곡했었는데,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칸타타의 마지막 합창곡이다. (공무원처럼 급여를 받았다고 하지만, 매주 칸타타를 썼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경이로울 따름이다.)
시간이 흘러 약 1926년경 영국의 피아니스트 마이라 헤스(Myra Hess, 1890-1965)는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하게 된다. 오늘은 바로 이 곡과 이 곡을 연주한 다닐 트리포노프 (Daniil Trifonov, 1991-)를 소개해보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EJruV9SPao&list=RDwEJruV9SPao&start_radio=1
작곡
요한 세바스찬 바흐(J. S. Bach, 1685-1750), 1716년경 작곡
편곡
마이라 헤스(M. Hess, 1890-1965), 약 1926년 편곡
연주
다닐 트리포노프(D. Trifonov)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클래식 음악계를 휩쓸고 다니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Kick. 1 신성한 아름다움
'배경음악의 중요성'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장면이어도 어떤 음악이 들려오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음악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이 곡은 나에게는 신성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퇴근길 버스에서 창 밖을 바라볼 때도, 어딘 가를 걸어갈 때도, 비가 올 때도 이 곡은 어떤 장면이든 신성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게 하는 힘이 있다. 4분이 채 되지 않는 이 곡에서 이런 강력한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단조로우면서도 깨끗한 음악은, 아무리 반복재생 되어도 나를 신성한 아름다움으로 초대한다.
Kick. 2 피아노를 위한 편곡
본래 편성인 합창도 정말 좋지만, 나는 이 곡을 생각할 때면, 피아노 소리가 늘 맴돈다. '말 없는 기도' 같다. 무엇인가 원하고 바라는 마음을 어딘가로 보내는 듯한 그림이 피아노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한 사람이 합창과 오케스트라처럼 여러 성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곡에서는 주된 노래(테마)와 다양한 노래(에피소드)가 다채롭고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어디선가 테마가 들려오다가 다른 노래가 들리고, 다시 테마가 들리는, 일종의 대화 같은 이 음악은 천재적인 매력을 가진 것 같다. 이를 한 사람이 열 손가락 안에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흥미로운 일의 연속인 것 같다.
그래서 그 노래들이 각각 들리면서 조화를 이룰 때, 그 짜릿함과 쾌감은 어마어마한 힘을 준다.
Kick. 3 건반의 무게
다닐 트리포노프는 피아노를 사랑한다.
다닐 트리포노프를 인터뷰한 어느 영상에서 그가 피아노를 어떻게 대하고 음악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연주회 전 음악에 몰입하기 위해 스스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기도 하고, 예민함이나 유연함을 기르기 위해 피아노에 최대한 밀착(악기와 심장을 가까이하는)하면서 화성 하나하나를 느끼며 연습하기도 하며('음악에의 연결을 더 가깝게 한다'라고 표현한다.), 피아노를 연주함에 있어 긴장과 불편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완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지 느껴졌다.
나는 그의 고민 끝에 탄생한 소리들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그의 손가락 끝에서 무게감을 느끼면서 소리를 내는 감각이 감탄스럽다. 이 부분을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해 보겠다.
피아노 내부를 보면, 위에 사진과 같이 여러 줄(현)과 줄 위에 소리의 울림을 조절해 주는 댐퍼, 현 아래에 해머가 있다. 건반을 누르게 되면 댐퍼가 위로 올라가면서 소리가 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아래쪽의 해머가 위로 현을 때리면서 우리가 익히 아는 피아노 소리가 발생한다. 이것이 피아노의 기초적인 동작 방식이다.
손 모양, 몸의 이완 여부, 얼마나 깊이 누르는지, 어떤 세기로 누르는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소리의 색깔은 바뀔 수 있다. 말을 하기 위해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단어를 배우고, 문장을 구사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건반을 누른다'는 개념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기초와 같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피아니스트들은 이 소리를 평생 조각처럼 깎아간다.
다닐 트리포노트는 이 지점에서 매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피아노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소리를 낸다. 피아노마다 다른 그 건반의 무게를 느끼며, 자기의 음악과 피아노 소리를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예술을 선보인다.
트리포노프의 손가락을 유심히, 찬찬히 보면서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감상 방법이 될 것이다.
한 주의 피로감을 신성한 아름다움으로 씻어내는 주말이 되길 바라며.
Bon Appé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