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의 이유
프롤로그의 상황처럼 독일 유학을 마음먹었을 당시 나에게 정보란 아무것도 없었다. 가슴 벅차고 설레는 선택이었지만, 막상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변에 조언을 구해봤을때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흐름으로 대화가 '툭'하고 끊긴 적이 많았다.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그대로 나의 본능을 맡길 수 없었다. 필사적으로 발버둥쳐야했다.
진짜 어떻게든 되는걸까?
아니다. 이 시리즈를 모두 읽고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은 잠시, 오래도록 접어두게 될 것이다.
나의 상황속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내 발품밖에는 없었다.(사랑하는 나의 아내, 가족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그 시간을 아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의 경험을 상세히 기록하고 공유하고싶다. 여러분이 필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이 시리즈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또 흥미가 있는 분이 있다면 재미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려한다.
유학의 이유
여러분은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지금부터 한번 그 유학의 이유를 흔들어보겠다. 찬찬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피아노(여러분의 전공) 계속해서 공부하면,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돈을 벌 수 있을까?
예술가는 눈을 감을 때까지 예술을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만 치고 올라오는 (자그마치 국제 콩쿨을 휩쓰는)신인 아티스트들 속에서 살아남을 방도를 혹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한정된 클래식, 순수예술의 수요와 그에 비해 넘치는 공급은 내 가치를 강제적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한다. 노후를 신경 쓸 겨를 없이 당장 나의 생활이 벅찰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많고 많은 공연장과 공연 / 나는 선택받을 수 있는가?
국제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스타 연주자'가 아니라면, 우리의 예술 활동으로 경제적인 입지를 일구어 나가기에는 대단히 도전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 상황을 깨닫는 시점이 한 박자 늦게, 한 연주가가 사회에서 활동을 해야할 시점이 될 수도 있다. 대비를 했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다면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넓고 쾌적한 공연장, 관객없는 울림으로 가득한 어느 공연의 객석
예술의 전당에서 티켓팅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어떤 날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하는 일정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티켓값은 좌석에 따라 몇십만원을 내야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2505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매진된 공연이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연주 일정이었는데, 그것은 한 연주자의 귀국 독주회 일정이었다. 600석 규모의 연주회장이 30개 정도의 티켓이 나갔다. 아직 나가야할 예약 티켓이 많은데, 결국 30여개의 티켓 이외에는 내 손을 떠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귀국 독주회의 연주자들의 프로필이 화려하다는 것이다. 쉽게 기록할 수 없는 한 줄들이 가득한 연주자도 있었다.
개인의 연주와 단체의 연주를 비교하기엔 다소 맞지 않다면, 그럼 피아니스트 랑랑/조성진/임윤찬/짐머만/유자왕/손열음의 연주회와 비교했을땐 어떤가? 만약 같은 날 나의 공연이 같이 있다면 심리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큰 차이점은 연주료를 받는 것과 내가 돈을 내고 연주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디에 속해 있는가?
배경음악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난 클래식이 비주류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을 전공했기에 그 깊이와 감성,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대중의 시선과 소비는 다른 곳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지하철 화장실에서 들린 클래식이 유난히 충격으로 들려온 적이 있다. 이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연주잘들은 죽을 힘을 다해 연습했을 것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 음악이 왔으리라는 생각이 든 순간 클래식의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행사, 연회를 할 때 어떠한 연주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내 연주에 아마 이목이 집중되지는 않을 것이다. 뷔페의 맛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옆 사람과의 대화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서양음악사를 생각해보면, 클래식은 교회음악이기도 했다가 연회, 파티 음악이었다가 연주와 연주자에 집중하게 되는 연주회 음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연주회장에서 벗어난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유학의 이유가 아직 굳건히 여러분을 붙잡고 있는가? 아니면 마음 속에 어떠한 의문점이 떠오르는가? 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주제들에도 내가 공부하는 것에 대한 이유가 분명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걸 "사랑한다." 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그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끝까지 부여잡을 수 없다. 반대로 내가 그것을 사랑하면 누가 뭐라해도, 당분간 생활이 힘들어도, 무시를 당해도 일어설 수 있다.
만약 유학을 준비중이라면 , 남들이 해서 따라가지말고 자신이 정한 유학의 이유를 최우선적으로 명확하고 자세하게 정하길 바란다.
이번 글부터, 매주 목요일에 시리즈를 이어가려 한다. 다음 글은 "유학의 이유" 의 두번째 글로, 유학 입학시험을 위해서 실질적으로 어떤 것들을 생각보아야하는지 이어가보겠다.
Question.
- 나의 유학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가 어떨 때 재미있는지, 어떤 상황에도 놓지 않고싶은지, 어떤 순간이 생각나는지 자유롭게 생각하고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