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7시 30분, 연남동에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평소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에, 아침 일찍 움직이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현장 주변이 익숙했다. 친구들과 술 마시러 자주 오던 곳이다.
'어? 저번에 왔던 이자카야네! 여기 맛있는데! 하하.'
익숙한 거리 덕분인지 첫 출근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현장은 4층짜리 건물로, 3층과 4층의 가정집, 그리고 옥상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이었다. 나는 가구 목공을 배우기 위해 (무급으로) 취직했지만, 알고 보니 이곳은 가구 목공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목공과 전반적인 인테리어 작업까지 수주하는 목공방이었다.
'오히려 좋다. 더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겠지.'
사실, 난 소위 말하는 노가다 경험이 전혀 없는 생초짜였다. 공사 현장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엇을 시킬지 궁금하던 찰나, 예상대로 육체노동부터 시작했다. 건축폐기물을 마대자루에 담아 옮기는 일이었다. 물론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옥상부터 2층의 폐기물 모아두는 곳까지 무거운 마대자루를 계속 옮겼다.
그 외에도 대표님(호칭은 대표님으로 정했다)이 시키신 여러 작업들을 했다. 천장에 하중을 지탱하는 나무판자를 타카로 박는 작업(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테라스 시멘트 바닥의 크랙에 방수 본드를 바르는 작업, 창틀 청소 등이다.
첫날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목공이 아닌 노가다를 했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대했던 목공 작업은 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 무척 집중할 수 있었다. 창틀 청소, 바닥 본드 칠하기, 마대자루 옮기기, 타카 작업 등 모두 기계처럼 해냈다.
'역시, 나는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하는 스타일인가? 회사 생활이 나에게 맞는 걸까?'
사실 올해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직장을 찾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다짐했던 해였다. 하지만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조급함'이었다. 잔고가 줄어드는 걸 볼 때마다 초조해졌다. 내가 하고 있는 블로그와 유튜브가 당장 돈을 벌지 못해서 더 초조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 아닌데도, 수익이 나지 않으니 하기 싫어졌다. 조급함은 내 시야를 좁게 만들었고, 스스로 했던 다짐들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일을 맡기는 능력이 없다고 느꼈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는 자신 있지만, 나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노가다를 하는 동안 잡생각 없이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동시에 씁쓸하기도 했다.
다음날, 연남동 현장으로 다시 출근했다. 마찬가지로 무거운 자재들을 옮기고, 청소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대표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표님은 장교 출신이었다. 전역 후 대기업 특채를 준비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고민하던 끝에 목공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가구 목공과 인테리어 목공을 각각 1년씩 배우고, 동업자와 함께 목공방을 창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 목공방을 거쳐 현재 위치에서 5년 넘게 운영 중이라고 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대표님도 나처럼 무급으로 일을 배우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업에 관한 얘기도 나누었다. 대표님은 앞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직원이 필요할 테니, 나에게도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며 한 가지 작은 목표가 생겼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업 확장이나 개선할 부분을 찾아 기획서를 작성해 보는 것이다. 내 역량을 어필하고, 월급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요일, 오전에는 다시 현장에서 노가다를 하고, 오후에는 목공방으로 이동했다. 목공방에서의 첫 공식 출근이었다. 처음으로 맡은 일은 전기대패질이었다. 여러 나무토막을 한데 붙여 만드는 스툴을 대패질하여 표면을 고르게 다듬는 작업이었다.
작업할 공간이 부족해서 바깥으로 작업대와 기계를 가지고 나갔다. 경의선숲길을 바라보며 대패질을 시작했는데, 작은 기계였지만 엄청난 소음이 났고, 진동이 손에 느껴졌다. 1시간 넘게 대패질을 하니 손이 저절로 떨릴 정도였다. 작고 낮은 스툴 하나를 대패질하는 데도 엄청난 톱밥이 나왔다. 목공을 하려면 집진 설비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목공방에서 자동대패와 집성 작업을 마친 후, 오후에는 연남동 현장으로 가서 방수 페인트를 2차로 칠하는 작업을 했다.
오는 일요일, 2번째 목공 클래스가 예정되어 있다. 첫 번째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목공방에서 다시 연습했다.
수업에서 배운 것을 까먹어서 질문에 제대로 대답 못하고 어버버거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며, 2번째 클래스에 참여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