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무급으로 일하기-(5)

by Cognitio

세 번째 클래스를 수강했다. 지난 클래스까지 협탁의 면과 안에 들어갈 서랍장 면을 완성했고, 이번에는 협탁 조립을 했다. 원목 가구 조립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짜맞춤, 피스, 도미노가 대표적인 방식이다.

- 짜맞춤 : 나무에 홈이나 구멍을 만들어 목재끼리 끼워 맞추는 방식이다. 정교함을 요하고, 견고한 결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피스 : 드릴이나 타카를 사용해 목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빠르고 단순한 작업이 가능하지만 외관이 깔끔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피스가 헐거워질 수 있다.

- 도미노 : 독일 공구 회사 페스툴(FESTOOL)의 공구 이름에서 유래한 조립 방식으로, 나무에 일정한 크기의 홈을 파고 그 홈에 맞는 결합용 재료를 사용해 조립한다. 최근 들어 작업 효율성과 간편함 덕분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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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도미노 공구 (가운데) 조립 때 사용하는 도미노 (오른쪽) 공구를 이용해 파낸 홈과 도미노

내가 만든 협탁의 조립 방법 역시 도미노 방식이었다. 도미노 공구 사용법을 먼저 배웠다. 목공 숙련자들에게는 작업 속도를 높여주는 혁신적인 공구지만, 초보자인 나에게는 복잡하게 느껴졌다. 공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트날 크기, 각도, 높이, 깊이 총 네 가지 설정값을 확인해야 한다.

- 비트날 : 가구의 사이즈를 고려해 도미노 크기를 설정한다.

- 각도 : 기계가 나무에 닿는 면을 조절하는 값이다.

- 높이 : 목재 두께의 정가운데에 홈이 파이도록 설정한다. 예를 들어, 목재 두께가 18T라면, 높이를 9T로 설정해야 한다. 정가운데에 홈이 파이지 않으면, 목재가 깨질 위험이 높다.

- 깊이 : 홈을 얼마나 파낼 것인지 정하는 값이다. 도미노의 길이에 맞춰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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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공구 사용하는 모습

기계를 세팅하고 각 면의 조립되는 부위에 홈을 파냈다. 홈을 파낼 때는 오차 없이 정확한 위치에 맞물리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차가 생긴다면 조립 시 단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자인 나는 오차가 많이 생겼다. 비트날이 나무에 들어갈 때마다 진동이 발생했고, 그 진동을 컨트롤하지 못해 공구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은 엉뚱한 방향에 홈을 파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다행히 그 홈은 서랍이 들어가는 자리라 외부에서 보이지 않았고, 이 실수 덕분에 홈을 메우는 기술을 배우게 된 점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홈 메우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홈에 본드를 발라 도미노를 끼운 뒤, 튀어나온 부분을 얇은 톱으로 잘라내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실수에 대해 2가지를 느꼈다. 실수도 결국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과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실수를 하는 운이 필요하다. 가려져서 망정이지 만약 아니었다면 면을 새롭게 만들었어야 했을 터였다.(난 운이 좋았다.)


도미노로 홈을 파낸 후, 본드를 구석구석 발라 모양에 맞게 조립했다. 이후 클램프를 사용해 단단히 고정했다. 클램프 사용에도 요령이 있었다. 정각재를 활용해 가구가 클램프에 직접 닿는 면을 줄이고, 조이는 힘이 균등하게 퍼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구가 견고히 결합되도록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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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클래스에서 배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도미노 공구를 이용해 홈을 파내고 결합용 도미노와 본드를 용해 조립한 뒤, 클램프로 고정하는 것이다. 단,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과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세 시간 이상 걸렸다. 도미노 공구 사용법도 목공과 마찬가지다. 한번 배우는 것으로 익히기 쉽지 않다. 정확히 익히기 위해서는 반복 숙달이 필수라는 걸 깨달았다.


목공은 단순히 짧은 시간 안에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가며 숙련도를 높여야 하는 과정 같다. 매번 비슷한 듯 보이는 작업이지만, 그 안에 미묘한 디테일과 과정의 차이가 있어 숙련도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는 작업이다. 협탁을 만드는 동안 반복적인 작업 속에서도 매번 다른 디테일과 문제를 해결하며 창의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클래스에서는 레일과 발판을 설치하고, 서랍을 본체와 결합했다. 이후 샌딩과 오일 마감을 하며 협탁 제작을 마무리했다. 드디어 내가 만든 첫 원목 가구가 완성된 것이다. 협탁은 침대 옆에 두었다. 크기는 작고 단순한 직사각형 형태의 협탁이지만, 내가 직접 만든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협탁은 내 인생에서의 새로운 도전과 그 결과물이라는 상징이고, 도전을 통한 성장의 추구가 담겨 있다.


목공을 하며 배운 것은 새로운 도전이 주는 가치다. 도전은 늘 두렵고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해 있었다. 도전은 바닥에서 올라야 할 정상을 바라보며 이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앞에 놓인 계단을 오르고, 그 과정을 반복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높이 올라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도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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