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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선택

by 라파엘다

시간 여행의 규칙과 한계를 이해한 승민은 이제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시간 여행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다 보면, 선택의 무게가 아무리 가벼운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가져올 파장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어느 날, 승민은 조율자로부터 새로운 경고를 받았다.

"이제 너의 여정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한 번 내린 선택은 되돌릴 수 없으니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날 승민은 우연히 자신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자신이 실수로 한 선택이 부모님의 건강을 크게 해쳤다는 사실이었다. 그날의 결정은 단순히 장난처럼 시작되었지만, 부모님께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승민은 이 사건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부모님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조율자의 경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는 이번만큼은 그 규칙을 어겨서라도 과거를 바꿀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승민은 장치를 사용해 어린 시절의 자신이 있던 날로 돌아갔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던 어린 승민이 보였다. 그가 실수로 공을 던져 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건 막아야 해,” 승민은 스스로 중얼거렸다.


그는 어린 자신을 피해 장면에 개입하려 했지만, 시간의 저항은 예상보다 강렬했다. 공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마치 그 순간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사건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조율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시간의 큰 흐름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조율해야 한다."


그러나 승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공의 경로를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집중했다. 결국 공의 방향은 조금 비틀어졌지만, 그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다치게 되는 또 다른 결과를 낳았다.




시간이 다시 현재로 돌아왔을 때, 승민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마주했다. 부모님은 사고를 피했지만, 그 대신 다른 문제가 생겨 그들의 삶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었다. 승민은 그제야 깨달았다. 과거의 특정 사건을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조율자가 나타나 말했다.

"네가 시간을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부족하구나. 중요한 것은 과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지 결정하는 것이다."


승민은 고개를 숙였다. 그가 자신의 욕심으로 시간을 조작한 결과는 되돌릴 수 없었다. 이제 그는 시간 여행의 힘을 사용하는 데 있어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승민은 부모님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다. 과거의 잘못은 돌이킬 수 없지만, 그는 앞으로의 시간을 더 소중히 하기로 다짐했다.


“나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거야,” 승민은 조율자에게 선언했다.

“좋다. 하지만 네 선택은 앞으로도 그 무게를 지니게 될 것이다.”


승민은 자신이 내린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며,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장치를 쥐었다. 이번에는 과거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시간은 항상 흐르고, 승민은 그 흐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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