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은 시간 여행을 반복하며 과거의 선택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점 더 실감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의 선택은 그의 삶에 큰 균열을 가져왔다. 부모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시도했던 작은 변화가 예상치 못한 나비 효과를 일으켰고, 현재의 세상은 그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승민은 원래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돌아왔다. 익숙한 공간일 거라 생각했지만, 문을 열자 전혀 다른 가족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거리를 돌아다녔다. 거리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의 삶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일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의 부모님이었다. 사고를 막았지만, 그들의 삶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 더 큰 불행 속에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승민은 혼란스러웠다. 과거를 수정하며 얻고자 했던 결과는 없었고, 오히려 모든 것이 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승민은 다시 조율자를 찾아갔다. 조율자는 그의 눈빛만으로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의 흐름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너는 과거를 바꾸려 했고, 그 결과 과거와 현재의 흐름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나요?” 승민은 간절하게 물었다.
조율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시간의 본질은 되돌리는 것이 아니다. 네가 만들어낸 충돌을 해결하려면, 지금의 현재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과거를 고치려는 시도는 또 다른 충돌을 낳을 뿐이다."
승민은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현재에 남아 이 혼란을 받아들이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이루어온 모든 기억과 경험을 잃는 것을 의미했다.
승민은 과거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사건을 바꾸려는 목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장치를 이용해 부모님이 사고를 겪은 날로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대신 부모님의 사고 이후 그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주변을 돕기로 했다.
과거의 자신이 실수를 저지른 그 순간을 지켜보며 승민은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는 깨달았다. 과거는 고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성장하기 위한 것임을.
시간이 다시 현재로 이어졌을 때, 승민은 원래의 세상이 조금씩 돌아왔음을 느꼈다. 부모님은 여전히 사고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복원되었고, 자신도 다시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승민은 과거의 개입이 남긴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깨워주는 경계선처럼 존재했다.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현재를 살아가라." 조율자의 마지막 말이 그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승민은 다시 장치를 쥐었다. 이번에는 단순한 탐험이나 후회에서 벗어나,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연결하기 위해 이 힘을 사용할 것을 다짐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그는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충돌은 끝났지만, 그 경험은 승민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다.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시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겠다는 결심만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