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은 책상 위에 놓인 사진 한 장을 가만히 응시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 중에 우연히 발견한 이 사진은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담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의 승민과 그의 부모님, 그리고 한 명의 낯선 남자가 함께 있었다.
“이 사람은 누구지?”
승민은 머리를 짚으며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사진은 그가 초등학교 시절에 찍힌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옆에 서 있는 남자였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미소, 손짓, 그리고 부모님과 나눈 대화의 흔적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했던 시간 여행에서 이 남자를 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자신의 과거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일까? 승민은 사진 뒷면에 적힌 날짜를 확인했다. 날짜는 승민이 시간이 가장 어긋난 시점과 묘하게 일치했다.
“혹시 이 사람이 시간의 흐름에 개입한 걸까?”
승민은 사진 속 장소를 기억해 냈다. 그것은 가족과 함께 갔던 어느 시골 마을이었다. 시간 장치를 사용해 그 장소로 돌아가 보기로 결심한 그는, 사진이 찍힌 날로 정확히 이동했다.
사진 속 풍경과 똑같은 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다. 승민은 어린 자신이 부모님과 함께 마을 어귀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봤다. 그 순간 사진 속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승민의 가족에게 다가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남자는 부모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 승민은 그의 손을 잡으며 밝게 웃었고, 남자는 마치 가족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를 처음 본 것처럼 보였다.
“저 남자는 누구지?” 승민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의문이 깊어졌다.
승민은 대화의 내용을 더 듣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승민이에게 이 마을에서의 추억은 중요할 겁니다. 꼭 기억 속에 남겨두세요.”
남자는 승민의 부모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대화가 끝나자 남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를 떠났다.
승민은 그를 뒤따랐다. 그리고 마침내 마을 외곽의 조용한 곳에서 그와 마주쳤다.
“당신은 누구죠? 왜 제 과거에 개입한 거죠?”
남자는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승민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만났군. 네가 나를 찾아올 줄 알았다.”
그는 자신을 조율자의 동료라고 소개했다. 시간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과거의 중요한 순간들을 조정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진 속 날이 왜 중요한 거죠?” 승민이 묻자, 남자는 조용히 답했다.
“그날 네가 부모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든 날이야. 그 기억이 네가 앞으로의 삶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판단했지.”
승민은 그제야 사진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작은 순간이 현재의 자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깨달았다. 남자는 승민에게 조언을 남기고 떠났다.
“과거를 바꾸는 데 집착하지 마라. 그보다 중요한 것은 네가 그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지야.”
사진 속 남자의 흔적은 그날 이후로 사라졌지만, 승민은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며 다짐했다.
“내가 선택한 시간의 조각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는 사진을 품에 안고 현재로 돌아왔다. 이 사진 한 장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았다. 승민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소중히 살아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