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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람들

by 라파엘다

승민이 현재로 돌아왔을 때, 주변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익숙한 거리와 건물은 그대로였지만, 사람들의 표정에는 어딘가 낯선 공허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이상한 기운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낀 것은 친했던 이웃이었다. 매일 아침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던 옆집의 김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승민은 그 집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마치 오래전부터 비어 있던 것처럼 살림살이가 치워져 있었다.


그는 의아한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물었다.

“김 할머니 어디 가셨어?”

하지만 부모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김 할머니? 누구 말이니? 그런 분은 우리 이웃에 없었는데.”


승민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김 할머니뿐만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 중 몇몇도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학교 졸업 사진에서도 그들의 모습은 지워져 있었다.




승민은 조율자와의 만남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시간의 흐름이 균형을 잃으면, 사람들의 존재도 흐릿해질 수 있다."

그가 과거로 돌아가며 만든 작은 변화들이 누군가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승민은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자신이 바꾼 과거의 순간들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그는 시간 장치를 다시 가동해 각 사건의 시점을 다시 방문했다.




승민은 과거의 한 장면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그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 민호와 처음으로 손을 잡고 놀이터를 뛰어다니던 날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서도 민호의 모습은 흐릿했다. 마치 그가 승민의 과거에서 천천히 지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민호와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에 개입하려 했지만, 조율자의 경고가 떠올랐다.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으려 과거를 덮어쓰면 더 큰 균열이 생길 수 있어.”


결국 승민은 민호의 삶을 재조정하는 대신, 그를 기억 속에서 복원하기 위해 그날의 추억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는 시간을 조작하지 않고도 자신과 민호가 함께했던 기억을 마음속에 되살렸다.




현재로 돌아온 승민은 사라진 사람들이 단순히 잊힌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에서 진정한 존재로 남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과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존재였다.


사라진 김 할머니, 민호, 그리고 그 외의 사람들. 그들의 흔적은 승민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시 피어났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변화 속에서 잃어버린 사람들을 완전히 복원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과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기로 했다.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승민은 그렇게 다짐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준비했다.




잃어버린 사람들 속에서 승민은 시간을 되돌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를 바꾸기보다, 현재를 바르게 살아가며 그들을 기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앞으로도 시간 여행의 여정을 이어가겠지만, 그 속에서 더욱 신중하고 깊이 있는 선택을 해야 할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시간은 연결되어 있고,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존재들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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