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을 거듭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던 승민은 이제 선택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과거를 바꾼 작은 행동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것이 남긴 상처들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승민은 가족들과의 평범한 아침 식사 자리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느꼈다. 아버지는 신문을 펼쳐 들고 있었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조용히 밥을 먹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장난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던 여동생마저도 침묵 속에 있었다.
“뭔가 잘못된 거야.” 승민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서 바꾼 사건이 현재의 가족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며칠 전, 그는 어머니의 청년 시절로 돌아가 어머니가 당시 겪었던 큰 실수를 막아준 적이 있었다. 그것이 어머니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었을지 몰라도, 그 결과로 인해 현재의 가족 간 유대가 약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스쳤다.
승민은 시간 장치를 다시 한번 작동시켜 어머니의 과거로 돌아갔다. 그날의 사건은 비교적 사소해 보였지만, 승민이 직접 목격한 어머니의 눈물은 그 순간의 무게를 가늠케 했다.
"그날의 선택이 어머니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을까?" 그는 깊이 고민했다.
그러나 어머니를 돕겠다는 그의 행동이 현재를 더 나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그를 괴롭혔다. 지금의 어머니는 과거의 고통을 겪지 않았기에 내면적으로 더 강인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가족들이 느끼는 결속감에도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승민은 또다시 조율자를 찾아갔다. 그동안 선택의 결과를 되돌리려 했던 승민에게 조율자는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선택은 늘 결과를 남긴다. 어떤 상처는 단순히 피해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승민은 자신이 했던 선택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상처들을 되새겼다. 그는 모든 것을 다시 바꾸는 대신, 현재의 상처를 감싸 안고 치유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승민은 현재로 돌아와 어머니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과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내면에 숨겨진 상처와 어두운 감정을 이해하려 애썼다.
“엄마, 오늘 힘들거나 고민되는 일 없으셨어요?”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요즘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그 순간 승민은 깨달았다. 자신의 선택은 어머니가 삶에서 겪어야 했던 경험들을 줄였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었던 감정적 깊이마저 빼앗아갔다.
승민은 어머니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엄마, 과거가 어땠든 지금 여기 있는 우리 가족이 중요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극복할 수 있어요.”
어머니는 그의 말을 듣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승민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그 스스로가 선택의 상처를 받아들였다는 선언이었다.
시간 여행은 더 이상 단순한 흥미로운 모험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 가져오는 책임과 상처를 받아들이는 여정이었다. 승민은 모든 상처를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입지만, 그것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승민은 그렇게 다짐하며 가족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지만, 그 대가가 새로운 관계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