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사랑의 본질 05화

라이킷 24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라파엘다 Nov 16. 2024

진정한 소통

그녀와의 시간이 쌓여가면서 그는 점차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히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이 아니었다. 서로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며 함께 공감하는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었다.

어느 주말 저녁, 그들은 작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그들의 인생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때 큰 꿈을 가지고 도전했지만 실패한 경험, 그 후 찾아온 깊은 외로움과 좌절감, 그리고 그 속에서 혼자 버티고 일어섰던 시간들. 평소 쉽게 꺼내지 않던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는 그 이야기가 어쩐지 자연스레 나왔다. 그녀가 그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끔씩 짧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진심 어린 공감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듯했고, 그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가 이야기를 마치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듯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자신도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썼던 기억, 그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린 시간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났던 여행. 그녀는 그 여정 속에서 느낀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차분하지만 강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가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것처럼, 그녀 역시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한 자신의 깊은 내면을 그에게 꺼내 놓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끔씩 손을 잡아주거나 위로의 눈빛을 보내며 그녀의 말을 지지했다. 이 순간만큼은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이 서로의 눈빛과 손짓에 담겨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이해하며 마음 깊은 곳에 머물렀던 상처를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천천히 길을 걸었다. 도심 속 빛나는 가로등 아래서, 그들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 속에서 경험했던 어려움과 기쁨을 나누며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기분을 느꼈다. 그는 그녀에게서 느낀 위로와 이해를 감사하게 생각했고, 그녀도 그에게서 느끼는 안정감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 사실 누군가와 이렇게까지 마음을 열어본 적이 거의 없거든요.”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저도 그래요. 당신 덕분에 내가 무언가 감춰두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꺼내게 됐어요. 이제는 그런 순간들이 더 이상 무겁지 않게 느껴져요.” 그가 말할 때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그 후로도 자주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순한 일상이나 취미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들이 평소에는 감추고 살았던 상처와 두려움, 꿈과 바람에 대해 털어놓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점점 더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갔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도 서로의 눈빛이나 작은 행동만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채기도 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깊은 감정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그녀와 함께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만나고 나서 진정한 소통이 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도 보듬어 주는 거라는 걸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요. 사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대화를 하지만, 이렇게 마음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죠.” 그녀는 잠시 멈칫하며 덧붙였다.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순간들이 참 소중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도 그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웃었다. 서로의 손을 맞잡은 그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두려움이나 불안이 아닌 진정한 신뢰 속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해지면서 그는 변화를 느꼈다. 스스로를 감추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따뜻함. 그 모든 것이 그녀와의 소통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그에게는 소중했고, 그 속에서 그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날 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곁에 있음을 진정으로 느끼고 있었다. 진정한 소통이란, 그저 말로만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것임을 깨달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