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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엘다 Nov 16. 2024

마음의 문 열기

그녀와의 만남이 점점 쌓여가면서 그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느꼈던 설렘과 호기심이 이제는 조금씩 따뜻함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웃음소리, 깊이 있는 시선, 그리고 그가 말할 때마다 진지하게 들어주던 모습이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그런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들은 서로가 좋아하는 산책 코스를 함께 걷기로 했다.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어우러진 가을날이었다. 떨어지는 단풍잎 사이를 걷고 있자니 그는 왠지 모르게 용기가 생겨 그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씩 꺼내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녀와 이야기할 때마다 설렘에 가득 찬 그는 정작 중요한 말은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마는 자신이 답답했다.


그는 조용히 그녀의 옆에서 걸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그를 돌아보며 묻는다. "왜 한숨을 쉬어요?" 그녀의 물음에 그는 순간 당황했지만, 어색하게 웃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실, 요즘 이런 기분이 처음이라서요. 누군가와 이렇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나는 게… 제겐 좀 낯설거든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살짝 미소 지었다. "저도 그래요. 사실 저도 매번 이렇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던 건 아니에요." 그녀의 솔직한 답변에 그는 놀랐다. 그녀가 늘 활짝 열린 사람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다 보면 가끔씩 특별한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열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은 마치 바람처럼 가벼웠지만, 그에게는 깊이 새겨졌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열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엔 저도 그냥 좋은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당신이 떠오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말을 이어가며 숨을 골랐다. 그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의 가슴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는 자신이 너무 서둘렀나 싶어 조바심이 났지만, 잠시 뒤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처음에는 그냥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할수록 저도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그녀의 말에 그는 안도감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듯한 기분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말이 없어도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따뜻함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그녀와의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함께 걸으며 어릴 적 추억이나 가족 이야기, 서로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항상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온 이야기들을 그녀와 나누는 일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편안했다.


“사실 저도 가끔 외로움을 느껴요. 사람들이 많아도 마음을 나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녀의 말은 그의 마음에 공감으로 다가왔다. 그 또한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의 대화는 더욱 깊어졌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마침내 해가 지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멋진 석양을 배경으로 함께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흐르며 하늘은 점점 붉게 물들었고, 그들은 마치 영원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듯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석양을 보는 그 순간, 그는 이 모든 시간이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도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이 그의 손 안에서 느껴졌다. 작은 손길 하나에도 그의 가슴은 여전히 설레었지만, 이제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그 설렘과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이 시간이 그에게는 그 어떤 순간보다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로 그는 그녀에게 조금 더 진솔한 감정들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서두르지 않고, 조급하지 않게 그녀와 함께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의 마음은 이제 서서히 열리고 있었고, 그녀도 같은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와 주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서서히 깊어져 갔다. 단순한 설렘을 넘어 서로에게 조금 더 의지하고, 이해하는 관계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제 그는 그녀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소중했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듯한 든든한 느낌을 가졌다. 그녀와 함께라면 앞으로의 어떤 날도 그에게는 빛나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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