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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엘다 Nov 16. 2024

첫 만남의 떨림

첫 만남의 떨림, 그것은 마치 알 수 없는 길을 처음 걸어보는 두근거림이었다.


비가 올 듯 말 듯 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 카페 유리창에 비친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어쩐지 설레고 밝았다. 고백할 것도 아니고 무언가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도 아닌데, 단순히 그녀와 처음 만나는 날이라는 사실만으로 그에게는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지하철에서 내리며 창 밖의 하늘을 보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그녀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마치 연기를 맡은 배우처럼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했다. 창가 쪽 자리,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 아니면 구석에 조용히 앉는 게 좋을까. 하지만 결국 그는 사람들이 가장 잘 보일만한 자리,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야 그녀가 들어올 때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시계는 점점 약속 시간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조심스럽게 시간을 체크할 때마다 심장은 속도를 더하며 빠르게 뛰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모여 떠드는 소리, 카페에서 흐르는 잔잔한 음악, 커피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까지 모든 게 그의 신경을 간지럽혔다.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그녀가 카페로 들어왔다. 그는 온몸이 긴장하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천천히 그를 바라보며 다가왔고, 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미소조차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지은 미소였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작게 웃자, 그는 비로소 자신이 꿈속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그녀의 인사는 간단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그는 갑자기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말을 하려면 목이 메일 것 같아서 물 한 모금을 삼키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둘 사이의 공기는 조용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눈길이 잠시 마주쳤다가 피하고, 또다시 마주치며 그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설레기 시작했다. 대화는 아주 자연스러웠고, 평소 대화를 나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마치 자꾸만 터질 듯한 작은 폭죽들이 펑펑 터지는 기분이었다.


서로 좋아하는 음악, 영화, 요즘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그녀의 미소가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의 취향이 맞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 편해졌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그는 아직 말하지 못한 것이 많고, 그녀에게 더 묻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오늘은 여기 까지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오늘 만나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녀의 마지막 인사가 그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카페 문을 나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주머니 속에 있던 작은 우산을 펴며 혼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집에 돌아가는 길, 비에 젖은 거리와 자신만의 속삭임이 가득한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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