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배회하던 승민은 눈앞에 펼쳐진 낯선 광경에 당황했다. 분명 10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시절의 공기와 풍경을 직접 마주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오래된 간판들, 가로수 아래로 지나가는 학생들, 그리고 한때 익숙했던 그 거리의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다가왔다.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도착한 곳은 낡은 아파트였다. 자신이 과거에 살던 집이었다. 손끝으로 벽을 만져보니 차갑고 거칠었다. 문 앞에 서서 잠시 망설이다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들리는 익숙한 발소리에 심장이 요동쳤다. 문이 열리자, 어린 시절의 자신과 동생 수진이 있었다.
“누구세요?”
어린 승민이 경계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낯설고도 익숙하던지,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야. 혹시 부모님 계시니?”
수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아빠는 출근하셨고, 엄마는 안에 계세요.”
승민은 문이 닫히기 전에 급히 말했다. “아니, 괜찮아. 잘 지내렴.”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렸지만,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동생을 본 순간, 그는 더 강렬한 동기로 가득 차올랐다. 이 시간 여행이 단순한 후회를 씻는 기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며칠 후, 승민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과거의 자신이 흔히 다녔던 길을 걸었다. 그는 어린 자신이 내린 결정 하나하나를 되돌아보며, 그 결정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곱씹었다. 특히 동생 수진과 함께했던 날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던 중, 그는 공원에서 뜻밖의 만남을 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친구 현우였다. 현우는 그 시절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고, 결국 연락이 끊겼다.
“어, 승민이 형 아니야?”
현우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눈앞의 현우를 바라봤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현우구나. 오랜만이야.”
현우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공원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현우는 자신의 고민과 꿈을 이야기하며, 승민에게 충고를 구했다. 과거에는 자신도 몰랐던 친구의 속마음을 듣는 순간, 그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과거를 바꿀 기회가 단순히 자신에게만 주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 어떻게 생각해? 난 뭘 해야 할까?”
현우의 질문에 승민은 잠시 고민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단순히 과거를 바꾸려는 이유가 동생 수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이 작은 선택들에 의해 바뀔 수 있었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네 삶을 소중히 여겨야 해. 네가 지금 내리는 결정들이 네 미래를 만들 거야.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무척 어른스러워 보였다.
시간은 흘렀고, 승민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과거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되짚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단순히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무게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시작에 불과했다.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이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는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다짐했다.
"무엇이든 감당해 낼 것이다. 과거를 바꾸는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축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