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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의 시작

by 라파엘다

눈앞에 펼쳐진 과거의 풍경은 여전히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승민은 자신이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음을 직감했다. "10년 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후회와 상실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무대였다.


그는 며칠간 과거를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어린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 붙였다. 그러나 이 시간 여행은 단순히 과거의 풍경을 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어떻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지 체감하며, 그는 점점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가 발견한 첫 번째 이상한 점은, 과거가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어딘가로 향할 때마다 중요한 순간들과 맞닥뜨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단순한 관찰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그날도 그랬다. 그는 어릴 적 자주 가던 작은 동네 서점을 지나가다가 멈춰 섰다. 책의 먼지 냄새와 익숙한 배경 음악이 떠오르며, 어린 승민이 서점 안에 있는 모습이 창문 너머로 보였다.


"저기... 그 책, 얼마예요?"

어린 자신이 주인에게 묻는 장면이었다. 승민은 본능적으로 그 순간이 무언가 중요한 일을 예고한다고 느꼈다. 어린 승민은 곧 책을 집어 들고 가게를 나섰고, 그의 손에는 한때 자신이 읽고 싶었으나 결국 사지 못했던 책이 들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이 책을 샀던가?'

그 기억이 희미했다. 그는 서점 주인의 시선을 피하며 어린 자신을 따라갔다.



그 순간, 작은 소녀가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뛰어나가 소녀를 잡아 도로에서 밀쳐냈다. 바로 그 순간, 한 대의 자전거가 질주하며 소녀가 있었을 자리로 지나갔다.


소녀는 깜짝 놀라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달아났지만, 승민은 이 사건이 과거의 기억에 없던 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내가 무언가를 바꿨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작은 시작일 뿐이었다. 이후의 일들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그날 밤, 그는 자신이 발견했던 시간 여행 장치를 다시 손에 들었다. 금속 장치는 이상한 빛을 발하며 낮은 소리를 냈다. 마치 그를 부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또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택은 너의 몫이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승민은 장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장치가 정말로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건가? 내가 동생을 구할 수 있을까?"

장치는 잠시 조용했다가 대답했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강물의 일부를 돌릴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전체 강물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는 없다.”


그 말은 승민에게 경고처럼 다가왔다. 그는 단순히 과거를 바꾸는 것에만 몰두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순간을 바꾸는 건 가능할지도 몰라..."



그는 과거에서 점점 더 많은 사건과 마주하며, 자신의 선택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하게 되었다. 과거의 자신이 하는 작은 실수와 결정들은 그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특히 동생 수진과의 관계가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할수록, 그는 자신의 한계와 맞닥뜨렸다.


“정말 이게 옳은 길일까?”

승민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었다. 과거를 바꾸려는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시간 여행은 그에게 뜻밖의 기회와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과거를 단순히 되돌리는 것이 아닌, 새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그대로 둘 것인지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 무엇이든, 감당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시간 여행은 막을 올렸고, 승민은 앞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준비를 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히 과거를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새로 쓰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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