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승민은 점점 자신이 과거에 했던 실수와 마주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동생 수진의 사고를 막으려면 과거의 자신이 했던 선택과 행동들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 승민은 10년 전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의 모습은 그가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그네와 시소가 있었다. 그곳에서 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의 가슴에 묘한 그리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그 순간, 승민의 눈에 어린 자신이 들어왔다. 그날의 그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가벼운 농담과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어린 승민이 친구에게 공을 차는 순간, 공은 예기치 못하게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던 수진에게 날아갔다. 공에 맞은 수진은 넘어졌고, 얼굴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당시의 승민은 곧바로 달려가지 않았다. 친구들이 그의 실수를 지적할까 두려워한 나머지, 머뭇거리며 그저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바보 같았지… 정말 어리석었어.'
현재의 승민은 그날의 자신을 보며 속으로 한탄했다. 그 일은 동생과의 관계에 작은 금이 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수진은 오빠를 예전만큼 따르지 않았다. 어린 승민은 동생의 행동 변화에 화를 내고 점점 더 무관심해졌다. 그리고 그 무관심은 점점 수진을 외롭게 만들었다. 승민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어릴 적 행동이 동생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깨달았다.
시간 여행을 하며 그는 과거의 작은 행동들이 얼마나 큰 결과를 낳는지 알게 되었다. 어린 승민이 느꼈던 두려움, 책임감 회피, 그리고 무관심이 동생과의 관계를 서서히 멀어지게 만든 원인이었다.
승민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수진과의 갈등을 잊고, 그저 일상에 묻혀 살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날의 자신을 바라보며 승민은 결심했다. 이번에는 그 실수를 바로잡아야 했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어린 자신에게 다가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결심을 굳히고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야!”
승민의 목소리에 어린 자신이 고개를 돌렸다.
“누구세요?” 어린 승민이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야. 그런데 네가 조금 조심했으면 좋겠어. 네가 실수로 공을 잘못 차면, 누군가 다칠 수도 있어.”
어린 승민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냥 실수였다고요!”
“알아. 근데 실수라도 네가 바로 미안하다고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너랑 친한 사람이 다치고 마음도 멀어질 수 있어.”
어린 승민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다음엔 바로 사과할게요.”
승민은 그 대화가 과거를 얼마나 바꿀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최소한 어떤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그날 밤, 장치가 약하게 빛을 내며 반응했다. 승민은 그것이 무언가 바뀌었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았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과거의 실수를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승민은 동생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이 과정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작은 선택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