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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실마리

by 라파엘다

승민은 공원에서 목격한 장치와 그 남자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 무언가 더 복잡한 일이 얽혀 있음을 직감한 그는, 새로운 실마리를 찾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들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 승민은 수진이 학교에 간 틈을 타 공원으로 다시 향했다. 어제 그 남자가 설치하던 장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공원은 여전히 조용했고,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제의 장소로 다가가 땅을 살펴보았다.


바닥에는 어제 발견했던 장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작은 금속 부품이 몇 개 떨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희미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승민은 부품을 집어 들며 자세히 살펴봤다. 그것은 단순한 장난감이나 도구가 아니었다. 복잡한 회로와 기계적 구조를 가진 장치였다.


"이건 도대체 뭐지?"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때 누군가 그의 등 뒤에서 말했다.

"그거 만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어제의 남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어두운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눈빛은 예리했다. 남자는 천천히 다가오며 승민의 손에 있는 부품을 가리켰다.

"그건 네가 알 필요 없는 거야."


승민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고, 이건 뭔데요?"


남자는 대답 대신 짧은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작은 기기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승민이 시간 여행을 하게 만든 장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단순해 보였다.

"네가 이곳에 있는 걸 보니, 네가 이미 뭔가를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승민은 경계심을 풀지 않으며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나를 아는 거죠?"


남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너와 같은 선택을 했던 사람이다."


이 말은 승민을 놀라게 했다. 그가 말하는 '선택'이란 시간 여행을 의미하는 것임을 직감한 승민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그를 공원의 외진 벤치로 이끌었다.


"시간 여행을 한다는 건 단순히 과거를 바꾸는 게 아니야. 그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남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왜 이런 장치를 설치한 거죠? 제 동생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겁니까?"


남자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동생은 내가 개입하려는 이유가 아니야. 다만, 네가 이 시간대로 온 게 내 계획을 어지럽혔을 뿐이야."


승민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남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 사람에게는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진 듯 보였다.

"그럼 나한테 필요한 정보는 뭐죠? 수진을 구하려면 뭘 해야 하죠?"


남자는 한숨을 쉬며 작은 쪽지를 건넸다.

"이 주소로 가 봐. 네가 알고 싶어 하는 실마리가 있을 거다. 하지만 기억해, 네가 하는 모든 선택에는 무거운 대가가 따른다는 걸."




쪽지에는 낡은 창고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승민은 남자를 믿어야 할지 망설였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는 그날 저녁, 주소를 따라 낡고 허름한 창고에 도착했다.


창고 안은 어둡고 싸늘했다. 먼지 낀 바닥 위로 희미한 빛줄기가 비쳤고, 곳곳에는 오래된 기계들과 종이 뭉치가 널려 있었다. 승민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한 구석에서 눈에 띄는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를 설명해 줄 듯한 기록들이었다.


"이건… 설마…" 그는 한 장의 문서를 집어 들었다. 그 안에는 시간 여행 장치의 구조와 작동 원리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더불어, 특정 날짜와 장소가 반복적으로 언급되어 있었다.


그 순간, 창고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그를 쫓아온 것이다. 승민은 기록들을 서둘러 챙기며 창고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누군가 여기에 먼저 온 것 같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남자가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승민은 숨을 죽이며 그들이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이 사람들도 시간 여행과 관련된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이 떠난 뒤, 승민은 기록을 품에 안고 창고를 빠져나왔다.




돌아가는 길, 승민은 자신의 선택이 점점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수진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이 모든 퍼즐을 맞추기 위해 그는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기록을 분석하며, 그는 또 다른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곧 그를 과거의 또 다른 중요한 순간으로 이끌 실마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더 큰 위험과 맞닥뜨릴 준비를 해야만 했다.


승민은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절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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