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시간의 흔적
09화
과거의 자신과의 대화
by
라파엘다
Nov 27. 2024
아래로
승민은 창고에서 가져온 문서를 다시 펼쳐 보았다. 시간 여행 장치의 구조와 작동 원리뿐만 아니라 특정 날짜와 시간, 장소가 강조된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한 줄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과거와의 대면은 회귀에 있어 필연적 위험 요소가 된다.”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고?” 그는 불안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분명했다. 수진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문서에 적힌 날짜와 시간은 바로 오늘이었다. 장소는 그가 자랐던 동네의 작은 공터였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승민은 공터로 향했다.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가 17살이던 시절, 이곳은 자주 오가던 길목이었다. 그곳에 다다르자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누군가 서 있었다. 승민은 멈춰 서서 멀리서 그를 관찰했다. 그 아이는 분명 과거의 자신이었다.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서 있는 모습, 낡은 운동화, 무표정한 얼굴까지도 익숙했다. 승민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저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는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머릿속이 흐릿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다가갔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뜻밖의 목소리로 인해 어그러졌다.
"누구세요?"
과거의 자신이 그를 보고 있었다.
승민은 잠시 망설였다. 도망쳐야 할지, 아니면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너… 아니, 나는…" 그는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과거의 승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이상한 사람처럼 굴지 마세요. 왜 저를 따라온 거죠?"
승민은 결국 진실을 감추지 않기로 했다.
"나는 네 미래의 모습이야."
과거의 승민은 그의 말을 듣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에요? 아니면 저 놀리려는 건가요?"
승민은 그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지금 믿기 어려울 거야.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게 진실이라는 걸 곧 알게 될 거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시간 여행 장치를 꺼내 보였다. 장치에서 미세한 불빛이 반짝이자, 과거의 승민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게 뭐예요?"
"너도 언젠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내가 너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전하러 왔다."
승민은 과거의 자신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너는 앞으로 큰 실수를 할 거야. 그리고 그 실수가 네 동생 수진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거다."
과거의 승민은 점점 얼굴이 굳어갔다.
"수진? 무슨 일이 생기는 건가요? 제가 뭘 잘못하나요?"
"수진이 그날 자전거를 타겠다고 했을 때 네가 막지 못했잖아." 승민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행동해야 해.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과거의 승민은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물었다.
"그럼 제가 뭘 해야 하죠?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승민은 과거의 자신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수진이 그날 위험에 빠지는 걸 막아. 하지만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를 거야. 네가 지금 하는 모든 행동은 나비 효과처럼 미래를 바꿀 거야. 어떤 결과가 생기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해."
자신과의 약속
과거의 승민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침묵했다.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만약 제가 그 일을 막으면, 당신… 아니, 나는 어떻게 되죠?"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어. 하지만 너에게는 그런 선택을 할 권리가 있어." 승민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과거의 승민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수진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게요."
"좋아. 하지만 항상 명심해. 선택의 결과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
그는 과거의 자신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이 선택이 옳기를."
승민은 과거의 자신과 헤어진 뒤, 공터를 떠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번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수진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과거를 바꾸려 하고 있어. 하지만 그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를 마주하는 일뿐이었다.
운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keyword
과거
자신
문서
Brunch Book
시간의 흔적
07
선택의 무게
08
새로운 실마리
09
과거의 자신과의 대화
10
작은 변화의 파장
11
왜곡된 시간의 조각
시간의 흔적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30화)
22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라파엘다
직업
프리랜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법
저자
라파엘다작가입니다. 주로 경제 소설쪽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구독자
718
제안하기
구독
이전 08화
새로운 실마리
작은 변화의 파장
다음 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