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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먹는 꿈별 Oct 06. 2021

04. 서평 중 희비쌍곡선(희喜)

희喜 3

喜 3

우수 리뷰 선정 이전, 저자 또는 출판사의 댓글     


이달의 마이리뷰. 여기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인터넷 서점의 넘사벽 리뷰어들을 동경하면서 혼자 읽고 쓰는 일상을 계속 보냈다. 그러던 중 단비 같은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블로그 댓글란에서 문득 발견하는 저자 또는 출판사의 흔적이다. 

진심이 흠뻑 묻어나는 한 두줄은 ‘내 서평을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하는 각오를 다지게 만든다. 하지만 매무새를 고치고 서평을 다시 읽어본 후엔 늘 같은 마음이 된다. 책의 ‘저자께서’ 내 서평을 보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잘 썼어야 했다, 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왜 그랬나 자네! 또다시 혼잣말 폭발이다.      


--제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서평 쓰신 걸 보고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쪽지 드립니다.

(서평을 읽으면서 감동받기는 처음인 듯하네요 ^^;) (2014년 10월 쪽지)     


--안녕하세요. 그림책화가 000입니다. 우연히 평을 보게 됐는데 다른 서평들과 달리 그림에 대한 평 위주로 잘 써주셔서 기분이 넘 좋았습니다. 작업하는데 힘도 나구요 (2019년 3월 댓글)

; 작가님의 댓글을 두 달이 지난 5월 말 발견하고 ‘영광입니다’라는 답을 썼다. 이런!!          




그때 그 서평>


[서평] 릴케 후기 시집-다시 릴케를 읽는 소중함

(20150517)


삶의 어느 시기이건 한번쯤 시인을 꿈꿔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릴케는 나에게 특별했다.

어느 날인가 말테의 수기를 읽었던 충격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릴케는 범접 못할 특별한 경지의 작가로 느껴졌었다.

이 말테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고, 그저 같은 책을 몇 번 더 샀었다.

그의 시들은 또 어땠는지..

나의 첫사랑의 시인은 헤르만 헤세였다. 헤세를 하루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던 청춘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된 릴케, 헤세의 시가 여름날의 싱그러움과 따스한 위안을 주었다면 릴케는 좀 더 엄격하고 밀도 있는 아우라를 전해주었다.

시집에 줄을 치며 읽던 시간들,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나의 무지에 한탄하고 자책하던 때도 있었고, 어떤 시는 줄줄 외우고 별이 두 개 달려 있기도 하다. 공백에는 역시 to my oo라고 정성 들인 글씨가 적혀있다. 아빠에게 21세 생일 선물로 받은 릴케와 속표지에 헌사가 쓰여 있는, 친구의 필체를 간직한 릴케도

시간의 더깨를 고스란히 입고 낙엽 빛이 되어 아직 내 곁에 있다.



나도 시인을 꿈꾸었었다.

내게도 두이노 성이 제공된다면, 그런 시를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공상으로 시간을 보냈다.

대단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루 살로메를 존경했다. 사실은 질투했다.

치열한 삶이 아니라면 삶에게 명백한 죄를 짓는 것이라고 굳게 믿던 시절, 감정도 늘 충만했고, 하루에 최소 1편, 어느 날에는 2-3편의 시를 썼었다. 그리고 거의 퇴고 없이 한 번에 썼던 시들을 간직하며 시인의 꿈을 꾸었었다. 그러나 시인의 꿈은 릴케의 비가 연작을 읽으며 접었다.

'아, 이 세상에 더 이상의 시는 필요 없겠어.. 공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라고 쓴 것들이 갑자기 허접해 보이며 쓸데없는 감정의 남발로 치부되었다.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나의 시 노트들은 많이 분실되었고 별로 가슴 아파하지도 않았다. 노트에 몇 편 남아있는 나의 졸작을 보니 이때도 릴케를 생각했던 것 같다.


[릴케 후기 시집]은 청춘이었던 그때의 나를 불러내 주었다. 이렇게 지루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얼댈 만큼 내게는 생생한 그때와 맞닿아 있는 시인이다.

한계 없는 관념의 바다를 유영하다가도 어떻게 이토록 정확한 언어로 다시 고스란히 펼쳐 놓을 수 있는 것인지 여전히 놀랍다.

그의 머리 속도, 그의 손도 마냥 궁금하기만 하다.

그가 좀 더 다른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다른 시가 나왔을 테지.. 그의 다른 시는 어땠을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릴케 후기 시집]이 정갈하고도 정성이 가득 담긴 모습으로 지금 내 곁에 있다. 지금부터 새롭게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이다.

두이노의 비가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이후의 시라는 '후기의 시'는 밝고 사랑스럽다.

지금 5월에 읽기에 좋은 것 같다.

릴케의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


활자의 크기가 너무 작지 않은 것, 그리고 풍성하게 실린 아름다운 명화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칸딘스키 작품이 실려 있어서 특히 반가웠다.

옮긴이의 해설은 여러 번 다시 읽어 보았다. 릴케의 시를 이해하는데 고마운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이제 헤세의 시집도 구해서 릴케 곁에 놓으려고 한다.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고 고독하게 길어 올린 영롱한 보석 같은 시들은 시집을 펼쳐 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밈없는 위로와 통찰, 아름다움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어쩌면 찾으려고만 한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줄 것이다.


장미여아 순수한 모순이여(223)


장미가 필 때마다 릴케는 다시 우리에게로 되돌아 오는 듯하다.  


(릴케 후기 시집/라이너 마리아 릴케/문예출판사) (출판사 도서 제공)    




 서평 8년 차 시점>

이 서평을 쓸 때의 흥분과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성으로 써야 하는 서평은 자꾸 감성을 깨우고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소녀를 불러낸다. ‘소개’라는 서평의 주기능에 부합하기보다는 책을 매개로 한 자화상 들여다보기로 치우친다. 옳지 않다. 

하지만 「이런 리뷰에 추천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라는 따뜻한 댓글에「이토록 설레는 칭찬을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답을 했다. 진심이었고 지금까지도 감사하다. 

도전해보고 싶은 릴케 전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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