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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수 Dec 20. 2023

민화, 정다운 그림이군요 3

민화 리스_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어렵다? 그럼 민화!







오늘은 민화 수업 마지막이라 아쉬워 과정을 찍어 둔다. 간단하게 그릴 수 있는 크리스마스 퓨전 민화 리스.


본뜨기와 밑색 깔기


연필이 아니라 세필로 본을 떴다. 이젠 세필로 자유롭게 곡선을 칠 수 있게 되었다. 본 하나 뜨는 것도 어느 순간부터 리듬감을 느끼며 즐거워지는데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멋모르지만 선생님을 따라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목화솜과 모란에 소분칠. 아직 밋밋하다. 흰색 소분칠도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두텁게 입히는 것이 갑갑해서 가볍게 칠했다. 나무줄기 환은 고동색 선 바림을 하여 부피감을 만든다. 같은 고동색으로 꽃받침 끝자락바림하니 그것도 바림이라고 앙증맞게 입체감이 살기 시작한다. 나뭇잎 종류를 구분하여 깊이다르게 칠하는 데까지 하면 밑색이 거의 되었다.




바림과 선치기


소분 칠한 목화솜에 황토색 바림을 하니 솜꽃이 빵실빵실 살아난다. 민화의 꽃은 바림이다. 짙은 색을 입히고 물붓으로 색의 농도를 옅게 펴가는 시간 좋다. 그림의 질을 좌우하는 어려운 순간이지만 어떤 사위로 색이 춤을 추어댈까 궁금해진다. 주변과 농도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니 앞뒤 좌우 둘레둘레 살펴보는 너른 눈이 되는 건 덤이다.  

잎들도 인물 나게 해달라고 성화이라 잎맥을 쳐준다. 선치기, 이 역시 민화의 핵심. 초보다 보니 선의 리듬과 볼륨감이 덜 나온다.



포인트 바림과 색 입히기


모란을 다홍색으로 바림하고 열매도 빨강으로 맺어 준다. 그림에 생명력이 훅 들어갔다.  '그또한 농사, 노란 좁쌀 다섯 무게의 그늘'을 짓는다던 산수유는 겨울이 오자 아파트 정원에서 붉은 열매를 매달기 시작했다. 눈을 헤치고 매를 따오신 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기억하던 시! 그날에사 요 열매를 알아보았는데 민화 그림에 붉은색을 입히고서야 '산수유구나!' 뒤늦은 탄성이. 색이란 존재의 일부임에 틀림없구나.

마무리는 리본에 금색을 입혀 따뜻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더고 옅은 황토색으로 두리 선치기 했다.



나의 마지막 민화. 이 앞에 두 개를 더 그렸으니까 일곱 번째 그림이다.


모란잎을 좀 더 넓게 바림하는 것이 꽃을 더 싱싱하게 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한층 살리겠다 싶다. 목화솜과 밸런스도 더 맞을 거 같고.  해놓고 보니 역시나 내 그림은 수수하다.;; 사진 각도가 좀 그러네. 더 이쁜데.





민화는 한지에 원본을 모사하고, 면을 밑색으로 채운 후 바림을 하여 입체감을 다. 마지막으로 선치기하여 선명하게 정돈해 준다. 이 과정은 다소 공예적이라 초보들이 접근하기 쉽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누적되면서 쌓이는 습관적 몸의 층, 즉 '몸틀'이 민화에서 특히 중요한 측면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보 때는 구조나 형태미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컬러링 북을 칠하듯 본을 뜬 대로 무심히 집중하다 보면 다른 그림 분야에 비해 성취감이 큰 결과물을 얻는다. 또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곧 '몸틀'이 형성된다. 림을 하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강추드리고 싶다.


물론 창작의 단계는 굉장히 어렵다. 조선 후기부터 두루 퍼진 민화인데 나만의 작품, 나만의 해석, 쉽지 않다. 취미 생활로는 일월오봉도 정도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일월오봉도. 박태숙 작가 작품



향그런 한지에 한국 물감을 먹이고 있으면 문득 조선시대 아녀자가 보인다. 규담을 넘지 못하는 시대에 그것을 넘고 싶었던  여자의 꿈을 좇아가 보게도 되고, 재투성이 손일 망정 붓을 잡을 수 있다면 행복했을 어느 여자의 소망도 그려 보게 된다. 색을 제거하고 농담을 조절하여 실체를 조형하는 수묵화도 해 보고 싶어 진다. 그 역시 삶의 힘 조절을 가르쳐 주지 않을까 싶다.


이제 민화를 볼 수는 있게 됨에 만족한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정다운 민화야, 석 달 동안 행복했어.




목화, 모란, 산수유가 있는 우리 식 리스를 달아 드릴게요.


여러분도 미리 크리스마스!






*'몸틀': 신체화된 의식으로서 몸의 인식을 강조한 메를로 퐁티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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