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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수 Jul 18. 2023

출근길 새 길

아침 해가 돋은 사이로 강과 벌판을 바라본다. 오늘은 전철에 사람들이 많아 뒤편 강을 본다. 강이란 늘 행복이고도 애수이다.


살던 집을 떠나온 어릴 때 뜻 모를 울적함이 들면, 바다는 멀어져 가질 못했고 하염없이 걸어 강가엘 갔다. 슬픔을 강에 퍼다 버린다는 시가 굳이 아니어도 거기 울적함을 풀어 놓아 버리고 왔다. 소녀의 것이라 하여 그것이 조고마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저 강만큼 유장하다. 단지 그 어려운 단어를 그가 몰랐을 뿐이지.


강가 뻘 속엔 알지 못하는 생물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갈대는 키가 커서 웅숭깊은 세계를 이루어 포근하다. 나를 빼앗길쏘냐 저도 한 번 보라고 강은 짝이지. 이 비밀스런 응원의 세계를 만나고 온 소녀는 어깨 가득 힘이 들어 돌아가는 길이 뿌듯하다.



매일 봐도 좋은 강, 나무, 벌판



복직하여 매일 만나는 출근길 강 역시 행복이고도 애수이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몫의 해. 저 해의 높이만큼,  온도 밝만큼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을 선물 받는다. 설레기도 하지만 그것을 채우려 해 보아라. 고되기도 할 것이다. 설렘과 고됨이 빚어내는 음정을 고요한 강은 늘 내게 환기하는 것이다.


전철은 지하의 동굴 속을 빠르게 기며 날 위해 긴 시간 허덕이는데, 강이란 것과 만날 때에만 행복이고도 애수인 그 맛이 또옥 나니 그의 수고는 강에 뒤처진다. 그러니 토라지는  그의 소리가 푸시식 들린다, 매 정거장마다. 그 소리를 여남은 번 듣다 보면 강이다.



옆 사람을 피하려다 보니 각도가 희한



하루 일을 마치면 아직도 눈이 시리고 허리도 빠질 듯 아프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갈 때, 하루 해 만큼인 공간에 내가 종일 무언가를 보태어 가득 찬 것을 쓰다듬으면 은근한 자랑스러움이 인다. 뿌듯한 발걸음이 된다. 이 의식은 또 저녁 강을 보며 치르기 마련이다.


오늘, 출근하다가 새 길을 발견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고 전철에서 내려 사람들 발길을 따르는데 다른 통로로 나와 버린 것이다.


어라. 이런 세계가 있었네.










이렇게나 예쁜 산책로가 있다. 조금 돌아가서 시간이 더 걸려도 이 길을 가야겠다. 아침 해는 나뭇가지에 걸려서 막 달아오르는 빛을 산란한다. 그 가지 어디쯤엔 새들이 솟대처럼 조용히 앉아 있다.  


폰을 보며 볼 일이 있는 척 머뭇거린다. 전철을 함께 내린 일행들은 아침 풍경으로서 점점이 존재하다 점차 소실되어 간다. 그럼 여기 남는 것은 나 혼자다. 내 길이닷!





출근길 강의 행복과 애수,

그런데 오늘부턴 행복 쪽으로 저울이 훨씬 더 기울겠다.


이 산책로를 토닥토닥 걸을 때 홍해가 갈라지는 듯한 저 신비감은 무엇인지. 남들 다 아는 길이라 해도 내겐 마냥 비밀의 갈라짐 길만 같다. 아침부터 후하고 신비로운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사람들 다 아는 강이 소녀에게 꼭 그렇게 다가왔던 것처럼.






ㅡ이 글은 복직하고 이 주가 되었을 때 쓴 것이다. 지금은 매일 이 길을 간다.  이 길을 걷는 시간이 영원이었음 한다.







꺅!  연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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