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는 맛이 다 같지 않을까.
아니다.
"오늘은 뭐? 달달이? 아메리카노? 난 달달이."
"안 먹을래요. 배불러요. 당신 달달이 한 모금 할래요."
남편 달달이 한 모금.
타 달라고 할 걸. ㅜㅜ
남편이 탄 달달이는 왜 더 맛있지.
남편이 한 계란 프라이도 훨 맛있다.
"계란 후라이가 뭐 더 맛있노. 다 똑같지."
"아니야. 더 맛있다니까."
"빨리 끄면 돼."
"뭔 말인고? 모르겠는데."
"영원히 모르고 싶은 거겠지."
"응."
남편의 프라이는 바닥은 바사싹, 속은 촉촉. 겉은 적당히 익고도 은근히 노른자의 묘한 습기를 아름답게 품고 있다. 맛있다.
남편 작품. 사진은 뭐 여느 프라이네;; 다른디...잘 보시면 뽀뽀하는 두 사람이 있다.
남편이 끓이는 라면은 휠훨 맛있다. 난 라면에 계란 넣는 걸 싫어하는데 남편은 그걸 넣는 건 물론이고 꼭 팍팍 휘젓는다. 그리하여 형체 없이 꼬물락대는 무수한 작은 생물체 같이 계란을 헤쳐 모여 만들어 놓는다만 그래도 와 그리 맛있지?
물론 요까지다. 달달이 혹은 아메리카노, 계란 프라이, 라면. 더 이상은 하지 않는다;;
나도 잘하는 게 있다. 음식을 못해도 육개장은 잘 끓인다. 시어머니께서 그러셨다.
"니 끓이는 육개장같이 나는 못하겠더라."
"버섯, 양파, 고사리, 콩나물, 대파 듬뿍 넣으면 안 맛있을 수 없는데요."
"그래봐도 안 나더라, 그 맛."
오호. 칭찬 들었다.
"국다운 국. 저것 하나밖에 못 해요."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는 게 어디냐."
;; ^^
저 육개장을 직화 뚝배기에 담아 보글보글 끓이고 계란 하나 톡 깨서 가족에게 하나씩 안겨 주면 보약이거든. 내가 그 사진을 안 싣는 것은 그걸 보시면 내 매력에 다 넘어 가시기 때문에 참는 까닭이다.
어쨌거나 이 부부의 주말 아침. 달달이를 뺏어 마시는 사이로 음악소리가 날리우는데
"클래식은 참 위안을 주는 거 같애."
"무슨 위안?"
"당신은 저 음악 듣고 슬퍼? 그렇지 않잖아. 기뻐지잖아. 다 같이 공감하는 기쁨. 혹은 다 같이 공감하는 슬픔. 가사로 특정해서 부르면 그 상황이 아니면 공감 안 될 수 있는데 저런 음악은 누구나 느끼잖아요."
나를 빤히 보며 눈에 힘을 주더니
"저것 듣고 잠 오는 사람 더 많아."
오늘도 이분 기억 때문에 쿡 하고 웃다가
뭘 쓰려고 했던 건지 까먹었다.
ㅡ지난 4월의 풍경. 물론 지금은 달달이 냉커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