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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수 Aug 12. 2023

여운교?

반려견.

태순이랑 시민 공원을 산책하는데 한 할머니가 다가와 유심히 태순이를 보시더니

"쟈는 여운교?"

"아;;  아니예요, 강아지예요."

한 번씩 태순이를 보고 여우 같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아마 귀가 쫑긋하고 조그마한 사막 여우를 생각하고 그러시는 것 같다.


사막여우.  출처 AnimalArirang의 핀터레스트



태순이가 쉬고 있을 때 한 번씩 나도 이 녀석이 여우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웃는 여우
생각하는 여우
잠 오는 여우
그냥 여우


강쥐로 돌아온 여우.  코에 꽃잎 묻었어 여우,, 아니 강쥐야. 꽃 좀 그만 따 먹어


저 쿠션처럼 폭신한 곳은 죄다 쑨이가 먼저 도장을 찍기 때문에 검정색 옷을 입고 거기 앉으면 절단이다. 털, 털! 그러나 어쩔 것이냐. 쑨이의 털을 다 밀 수는 없으니 털 없는 우리가 조심해얄 수밖에. 흰 옷보다 검은 옷의 안전을 더 생각하게 되다니 우린 쑨이로 인해 뒤바뀐 게 적지 않다. 태순이의 산책을 위해 억지로라도 운동을 가게 된다든지, 큰 대자로 끼어 자는 이 녀석 때문에 차렷 자세로 벌서며 자다가

"이기 뭐고, 얌마. 일나. 나도 좀 편히 자자."

한다든지. 우린 어떻게 만난 거지?




치와와는 나도 싫고 아빠도 싫고 오빠는 더더욱 싫어하는 견종이었다. 와락와락 짓고 강퍅하고 성질이 장난 아닐 거 같은. 그런데 무슨 인연인지, 계속 다른 견종 아이들을 보다가 마지막 5분에 이 녀석이 구석에 옹크리고 있는 걸 보았다. 이 아이 오빠는 이뻐서 먼저 가족 찾아가고 인물이 못한 얘만 남아 있다고.

'장모니까 조금 낫겠지, 성질머리가.  꼬장꼬장한 단모는 얘보다 좀 더 날카롭지 않을까. 털이 있으니 성질이 좀 부들부들하지 않겠...  . '

그냥 데려왔다, 이 작은 꼬물이를. 그러니 태순이와 나의 인연은 5초 동안의 눈 마주침과 4분 55초 동안의 예의 '그 견종 성질머리란 것에 대한 일정 정도의 무마'를 명분으로 하여 성사된 것이었다.


역시 와라라라락 짓고, 소심하고. 근데 성질은 착하다. 아직도 치와와 싫다는 오빠한테 구박받으면서도 오빠만 오면 꼬리 헬리콥터  날개가 정신을 잃고 팽글팽글이다. 오빠를 젤 좋아한다.

'쑨이를 사 왔다는 생각에 늘 맘 아프다. 생명을 사도 된다고 생각했다니 무지했다. 이젠 그런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쑨이 데려온 얘기를 할 때면 나는 고해성사처럼 이 문구를 맨날 반복한다. 시지프슨가? 계속 제 몫의 돌을 산 위로 굴려야 하는 ㅠ. 앞으로 이 고해성사가 무한 반복으로 나와도 이해해 주시라.


우리 집 온 첫날, 꼬물이 태순이. 못났다고 혼자 남겨졌다지.


좀 자랐어요. 딸 같죠. 인물도 나고 있죠!




어디 데려 나가면 나랑 태순이가 닮았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뭐가 어찌 닮았냐 의아하겠지만 쉽게 말하면 외모다. 참내, 내가 개 같다니.


그렇게 따지면 사실 나뿐 아니라 우리 동네 개 엄빠, 개 삼촌들은 자기 개랑 다 닮았다.  슈나우저 슈나는 삼촌의 몽탕 몽탕을, 푸들 초코는 할머니의 곱상함을, 큰 푸들 돌콩이는 길쭉 빼빼한 엄마를, 가니도 푸들이네. 옴팡진 아빠 닮았지. 장모치와와 콩이는 엄마도 콩만큼 작고 귀엽거든. 포메라니안 뽀삐는 엄마보단 언니를 더 쏙 빼닮긴 했어. 연예인 뺨치는 미모야. 더 나열할 수도 있지만 참는다. 나만 강쥐 같진 않다구.


우리 동네 강쥐들.  돌콩, 슈나, 뽀삐, 태순 순으로 졸로리.


그래도 난 여우는 절대 아니다. 내 평생 여우는 내 속에 없다. 태순이 경우처럼 누가 나보고

"여운교?"  

물을 일은 절대 없다는 말이다.


태순이는 날 닮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애걔, 내가 저리 매가리 없단 말이가.'

이런 생각하거든. 난 깽깽거리는 스탈 아닌데 뭘 닮아. 저래까지 소심치도 않아. 그래도 쪼매난 게 제 나름 살아 볼려고 뽈뽈거리는 거는 닮았대도 좋다. 눈망울이 순한  것, 그것은 아주 좋지. 강쥐 미용 한 적 없음, 있는 대로 더 좋아함. 예쁜 옷 입히려면 팽~ 침대 밑으로 도망 가, 걸거치는 거 싫어한다. 친구들과 뛰놀다가 가만히 있는 때도 많아, 저 혼자.  

허걱. 쪼매 비슷한가;;


사실, 살짝 알려 드리는데 강아지와 인연이 될 땐 자기와 유사한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는 설이 있다. 오늘부터 밖에 나갈 때 강아지와 주인을 유심히 보시라.


쫌 닮았다!



여운교? 하든가 말든가 난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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