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지나 ‘나’를 향해 걷는 사람
(출처: 디글 클래식 / 유퀴즈 캡처)
화려함은 때때로 한 사람의 고통을 가려버립니다.
무대 위의 지드래곤은 늘 완벽해 보였지만,
그 화려함만으로 그가 감당해온 마음의 무게를 말할 수는 없겠지요.
수많은 스포트라이트의 뒤편에는
흔들리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이 있었을 겁니다.
그 모든 일들은 ‘권지용’이라는 사람의 몫이었을 테니까요.
그가 ‘유퀴즈’를 통해 털어놓은 고백은 반짝이는 성공담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겪는 혼란과 상처,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스스로를 놓쳐버리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의 고백은 나약함이라기보다
오히려 ‘나’라는 존재를 다시 붙잡으려는
아주 조용한 시작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지드래곤으로 산 시간이 더 길었다고
그래서 혼란스러웠다고
하지만 그는 무너지는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을 붙잡기 위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누구인가?”
고통 속에서도 계속 묻고,
그 물음 속에서 아주 천천히 자신을 다시 찾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말합니다.
“지드래곤은 권지용이라는 사람이다.”
그 문장을 듣는 순간,
그가 얼마나 오래 자신을 다시 부르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조용히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군대라는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다소 거친 시간일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여유를 되찾는 시기였습니다.
정해진 옷 두 벌, 꾸밀 필요가 없는 매일의 일상
그곳에서는 지드래곤이 아니라 권지용으로 머물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입대 이후 2025년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은
어쩌면 그가 ‘나 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여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출연한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을 통해 그가 어떤 생각의 길을 지나왔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3집 앨범 제목을 Übermensch라 지은 이유,
그 밖에도 그가 했던 생각과 전하고자 하는 의미들까지
그 중 니체의 위버맨쉬는 초인,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은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누가 대신 찾아주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가려는 사람.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 과정은 고통스럽습니다.
아무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견디는 동안에야 비로소 나 자신에게 닿을 수 있다고 니체는 말합니다.
‘나 다움’을 찾으면 자유로울 수 있고,
자유로운 사람은 마침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세상을 긍정할 수 있다고.
그가 오랜 시간 걸어온 길도 어쩌면 이 말을 향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으니까요.
그는 말합니다.
자신이 할 줄 아는 게 음악뿐이라고
그리고 이제는 그 음악이 하고 싶어서 돌아왔다고
음악을 통해 유명해졌고,
음악 때문에 자신을 잃기도 했지만,
또 음악을 통해 스스로에게 다시 돌아온 사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에도 잔잔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이 글이 지드래곤이라는 ‘스타’가 아니라
한 인간이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히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우리 각자에게도 언젠가는 지나야 할 길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떠올리게 한다면 더 좋겠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해 누군가 대신 답을 줄 수는 없겠지요.
고통스럽더라도, 결국 스스로 찾아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의 용기를 조금은 흔들어 깨워줄 수도 있습니다.
“나도 내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런 마음 한 조각이 남는 글이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