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이야기 #1-하 | 예술가 '지드래곤' 이야기

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조용한 용기

by 비해브

예술가 '지드래곤'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 중 화면 캡처

최진석 교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예술가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을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피아노 연주자는 피아노가 가진 기능을 잘 다루고 표현한다. 그런데 피아노 연주자가 피아노의 기능을 잘 구현하다가 더 이상 구현할 것이 없는 단계에 이르면(중략) 음악이론이나 체계를 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유, 죽음, 슬픔, 영웅, 운명 등과 같은 주제를 말하기에 이른다. 이제 ‘인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문명의 방향을 제시하고, 인류의 본질을 새로 규정하고자 덤비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른 사람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이번 권지용의 삶을 조명하는 글을 쓰면서, 이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권지용(이하 지드래곤)

그를 예술가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그가 단순히 음악을 잘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관을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PEACEMINUSONE에서 이번 Übermensch까지
그가 구축해온 세계는 콘셉트라기보다 삶의 해석에 가깝습니다.


피스마이너스원: 결핍에서 시작되는 세계


쿠데타 앨범 표지, 피스마이너스원 상징 설명(나무위키 중)

저는 2013년 『쿠데타』 앨범에서 지드래곤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앨범 표지에 등장하는 ‘PEACEMINUSONE’

평화 표식에서 작대기 하나가 빠진 이 문양은,

‘평화(PEACE)’라는 이상과 ‘결핍(-)’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여기에 저는 개인적 해석을 하나 더 얹고 싶었습니다.

현실 – PEACEMINUSONE – PEACE
이 세계관이 결핍된 현실과 이상을 잇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

그리고 또 하나의 해석
내면의 평화에서 ‘나 자신’이 빠져버린 상태, 중심을 잃어 흔들리는 혼란의 순간.


어떤 의미로 읽든, 지드래곤은 은유와 상징을 이용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기호·문양·색·브랜드까지 모든 요소를 정교하게 조율해 세계관을 시각화하는 능력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예술적 설계에 가깝습니다.


데이지꽃(꽃말: 평화)의 잃어버린 꽃잎,
PEACEMINUSONE 문구로 GD라는 이니셜을 형상화하는 방식,
그리고 브랜드 전체를 통해 세계를 일상으로 끌어오는 방식까지.

그의 세계는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위버맨쉬: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내가 마주보는 자리


2025년, 그는 또 한 번 새로운 세계를 열었습니다.
니체의 개념 ‘위버멘쉬(Übermensch)’에서 출발했지만,

그저 철학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관통 재해석한 ‘지드래곤식 위버맨쉬’를 만들어냈습니다.


선공개곡 ‘POWER’의 로고에서
P와 뒤집힌 R이 서로 마주보는 장면은 앨범 티저를 떠올리게 합니다.
티저 속엔 두 명의 지드래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는 2009년의 나와 오늘의 내가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며

의미는 “서로를 보며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상징이라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조금 더 의미를 얹어보았습니다.

P는 personality('나 다움')

₩ = 자본주의 속 나를 지킬 '자본'의 힘

뒤집힌 r = relationship(관계) & reflect(성찰)

— 타인과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 등


정체성, 자본, 관계와 성찰.

이 세 가지를 품을 때 비로소 ‘나만의 위버맨쉬’,
즉,기 삶의 이를 아는 자유(自由)로운 존재’에 가까워진다를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미디어와 자신을 비교하는 의미도 어느정도 포함된 것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의도한 바가 아닐 수 있고, 5년 후 지드래곤 스스로 저널리즘에 대해 답변하겠다고 했기에 따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위버맨쉬의 ‘Ü’가 웃는 얼굴 같기도 하고,

눈물이 고인 채로 웃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나다운 삶을 향해 가는 과정에는

기쁨도 고통도 함께 있지만

그마저도 끌어안고 긍정하며 나아가겠다는 태도.

그런 위버맨쉬적 자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요.


HOME SWEET HOME: 누구보다 먼저, 팬들에게


많은 이들이 선공개한 1번 트랙이 ‘POWER’일 거라 예상했지만
그 자리를 지킨 건 ‘HOME SWEET HOME’이었습니다.


house보다 home이 갖는 따뜻함.
정서적 귀환의 느낌.
7년 만에 돌아온 자신을 맞아준 팬들에게 보내는 마음.

지드래곤은 이렇게 단어의 의미, 서사와 상징을 조율해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또한 예능 <굿데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 과정을 보여주며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 보내는 자신의 메시지를 보다 폭넓은 방식으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APEC 정상들에게 전한 메시지

“PEACE WITH CREATE”
평화는 멈춤이 아니라 창조의 과정이라는 그의 말은 세상을 향합니다.



그렇다면, 이 긴 글 끝에 남기고 싶은 질문은 무엇일까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 중 화면 캡처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지드래곤은 대단하다’라는 감탄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지드래곤은 자신을 우상이라 말하는 한 청년에게 이렇게 답합니다.

“우상은 잘 골라야 합니다.
저는 답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상을 하나만 두지 마세요.”


이 말에서 저는 니체의 『우상의 황혼』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질문자에게 ‘지드래곤’이라는 틀을 벗어나

스스로의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니체가 신을 넘어섰듯,

지드래곤은 니체를 자기 방식으로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의 삶을 거울처럼 삼아

각자의 위버맨쉬를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이 질문은

언젠가는 각자가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문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통스럽더라도,
언젠가는 나만의 답을 만들어야 하는 질문들


지드래곤의 세계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한 가지 있다면,
아마 그것은 나 역시 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조용한 용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모두의 이야기 #1-상 / 사람 '권지용' 이야기